[기고] 세상을 대하는 애플과 볼보의 철학?
[기고] 세상을 대하는 애플과 볼보의 철학?
  • 김현수 주무관 충청남도서산교육지원청
  • 승인 2012.09.16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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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진흙탕 싸움이 아니라 X판이 따로 없다. 서로 특허를 침해했느니 누가 누구를 베꼈느니 하면서 전개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고소 전을 보고 있자면, 흡사 머리 아프게 전개되는 3류 막장 드라마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몸살이 날 지경이다.
둥근모서리가 자신들만의 디자인 특허라며, 다른 기업들은 그 모양을 흉내만 내더라도 박살내 버리겠다는 애플의 아집과 막장 태도를 보면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사실 애플과 삼성의 특허침해 고소전의 핵심은 둥근 사각 모서리 디자인에 있는 것 같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특허전의 핵심은 바로 멀티터치 기술을 바라보는 애플의 태도이다.
볼보라는 자동차 메이커를 아는가? 스웨덴의 브랜드인 볼보는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 하는 철학으로 자동차를 만든다고 잘 알려져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면 습관처럼 당연히 채우고 있는 3점식 안전벨트는 1958년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던 기술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3점식 안전벨트는 기존 2점식 안전벨트의 위험성을 단번에 뒤집고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간편한 체결방식과 월등히 뛰어난 안전성이 최대 장점인 3점식 안전벨트는 분명, 위대한 발명품이고 그 특허를 유지해 로열티를 받아냈다면 볼보라는 회사는 지금쯤 세계를 호령하는 거대 회사로 발돋움 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이런 상상은, 볼보가 그 특허를 탑승자의 안전이라는 거시 철학과 함께 다른 자동차 브랜드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볼보는 눈앞에 뻔히 보이는 특허 사용료라는 캐시카우를 버리고 오로지 인류의 발전과 편의 증진, 안전이라는 기본 철학아래, 앞으로 다가올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고 3점식 안전벨트의 완전한 자유 사용을 선언했다. 만약 볼보의 그런 결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3점식 안전벨트를 착용하기 위해 취향과 성능에는 상관없이 볼보 자동차를 사거나 또는 볼보의 특허 사용을 허락받은 몇몇 브랜드의 자동차를 고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애플이 들고 나온, 독점적 사용권을 내세우고 있는 멀티터치 기술은 볼보의 철학 그 것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상상할 수 없었던 편리함과, 한 살배기 아이들도 금방 익힐 정도로 간편한 기술인 멀티터치는 분명 (확신은 없지만)애플의 위대한 발견이자 발명일 수는 있다. 이제 멀티터치가 없는 스마트폰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세로 굳어졌다. 아니 멀티터치 없는 터치스크린은 상상할 수조차 없게 됐다.
애플은 분명 이 점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이렇게 뛰어나고 직관적인 간편한 기술은 한동안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들의 독점적인 권리를 주장하고 경쟁자들은 누르려고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향상과 응용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소비자들은 멀티터치의 편리함과 직관성을 경험하고 사용하기 위해 애플 아이폰을 좋든 싫든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애플은 그러한 상황을 웃으면서 즐길 것이다. 혁신적인 대체 기술이 나온다면 그 웃음은 울상으로 바뀌겠지만, 그 어떤 것도 지금은 상상할 수가 없다. 애플의 아집과 독선, 이기심으로 피해 받는 것은 분명 우리 소비자들이 될 것이다.
대세가 되어버린 뛰어난 기술. 그 것으로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혼자 모든 과실을 독차지 하려는 애플의 야만성과 옹고집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과연 애플에게서 볼보의 철학을 기대한다는 것은 허황된 꿈일 것인가? 그 해답은 애플만이 알고 있고 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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