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북지원 통일된 창구마련이 필요하다
[사설] 대북지원 통일된 창구마련이 필요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09.2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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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반출되는 물자의 전용 문제가 대북정책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정부의 정책과는 다르게 이루어지는 대북지원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지원 물자가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전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남북교류협력법상 북한에 반출되는 물품은 통일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만 있는 상황에서 ‘전용’이라는 개념은 막연하다.
관련 당국은 북한에 들어가는 물자의 전용 기준에 대해 단순히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전달 지역, 북한 내부의 상황, 분배모니터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런 지원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로서는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조달되는 우리측 물자가 북한의 특권층에게 가지 않고 되도록 일반 주민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또 확인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호한 기준을 감안하더라도 역대 정권에서 대북정책의 원칙과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군사적 전용을 판단하는 잣대가 극명하게 달랐던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사적 전용은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을 제한하는 논리로 이용되곤 했다. 같은 품목의 물자가 어떤 때는 북한으로 전달됐고 어떤 때는 ‘군사적 전용’을 이유로 반출 승인을 못받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례가 적지 않았다.
남북교류에 적극적이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전용 의혹에 대해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지만 인도적 지원 자체를 포기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북한에서 쌀, 시멘트, 중장비 등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모니터링을 강화해 분배투명성을 확보하면 된다는 생각을 보였다. 심지어 2006년 10월 초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한 직후에도 정부는 수해지원용으로 쌀과 시멘트, 철근, 트럭 등을 계속 보냈다. 통일부는 그해 10월 20일 시멘트 수만톤이 북한 핵실험에 전용될 우려가 제기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북한은 자체적으로 연간 500여 만톤의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어 우리가 지원하는 시멘트가 (핵실험에) 사용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이 문제의 접근 방식은 180도 바뀌었다. 정부에서 쌀, 밀가루 등 식량이 북한의 군부에 들어가 핵개발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강해졌고 이로 인해 대북 지원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달 초 정부의 대북수해 지원이 불발된 것도 군사적 전용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북한은 내심 쌀, 중장비, 시멘트 등을 기대했지만 우리 정부가 밀가루 1만톤과 라면 300만개, 의약품 등을 제시, 지원 품목과 양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과 협의를 통해 쌀과 시멘트 등도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전용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상황에서 북측에 논란이 될 수 있는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선뜻 나서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북한으로부터 식량과 시멘트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영유아용 영양식, 초코파이 등을 보내겠다고 밝혔고 결국 대북 수해지원은 무산된 바 있다.
2010년 가을 북한에 수해지원으로 쌀 5000톤과 컵라면 300만개, 시멘트 1만톤을 긴급구호 물품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시멘트 6000톤을 제외한 물자가 북한에 전달됐다.
당시는 2010년 10월 말 남북 적십자회담이 1년 2개월 만에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유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기였고 이산가족 상봉 등에 대한 기대 속에 정치적으로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그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서 쌀과 시멘트는 ‘지원 불가’ 품목에 다시 들어갔다.
사실 올해 수해지원 물품에 포함됐던 밀가루도 정부가 군사적 전용을 우려해 반출을 엄격히 제한했던 품목이다.
정부의 이같은 기조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은 군사적 전용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 변수에 오락가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지원의 군사적 전용에 대한 입장이 다르면서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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