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하우스푸어 대책 성공적인 정착이 험난하다
[충일논단] 하우스푸어 대책 성공적인 정착이 험난하다
  • 고일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09.27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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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를 은행빚을 얻어 샀지만 이자부담으로 감당키 어려운 세대를 구하는 작전 정도의 의미를 가진 하우스푸어 정책이 대선화두로 떠오르면서 기회와 함정이 공존하는 쉽지않은 정책이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는 우리 사회가 수치상으로는 100%가 넘는 주택공급률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집없는 서민이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문제가 우리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폭탄으로 작용한다는 경고음이 울리면서 이런저런 대책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하우스푸어 정책은 궁극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좋지만 집 한 번 못 사본 사람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그렇다.
다시 말하면 과도하게 대출해 집을 사는 바람에 원리금 상환으로 가난하게 사는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과도할 경우 ‘집 한 번 못 사본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해야 하는 뜻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하우스푸어의 주택 지분 중 일부를 정부(공공 기관)에 판 뒤 임차인이 낮은 이자에 월세를 내는 방식을 공약으로 발표했고, 이에 화답하듯 김석동 금융위 위원장이 “최악의 경우에 재정 투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우리금융지주가 내달부터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식탁후재임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은행권에서도 하우스푸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우리금융그룹이 집은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실질소득이 줄어 생활고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하우스푸어가 집의 소유권은 유지한 채 관리·처분권을 우리은행 신탁계정에 넘기고 그대로 살면서 임대료를 내는 신탁 후 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방식이다.
당장 내달부터 이 방안이 시행되면 하우스푸어는 연 10% 후반대의 고금리 연체이자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유예돼 주택담보대출 이자수준인 연 5% 정도를 임대료로 내면 된다.
기존 대출 채권채무 관계가 해소돼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적어진다. 소유권이 이동하지 않아 취득세나 등록세 등 세금문제나 가격산정과 관련한 갈등 소지도 없다. 해당 주택 매각시 선순위 수익권을 갖게 되는 은행은 부실자산의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일단 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인 뒤 본인에게 다시 월세 또는 전세로 임대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한 진일보한 묘안으로 보인다.
이번 방안 역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제도로 어려움이 해결될 길이 보일 수 있다.
이미 92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지만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양산되고 있다. 하우스푸어 규모는 지난해 156만가구, 549만명에 달하고 있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명 중 1명인 49.4%가 자신이 하우스푸어라고 응답했다는 것은 이 정책의 필요성과도 밀접하다.
주택담보대출 원금상환을 미룬 채 이자만 내는 대출자가 무려 80%에 이르고 있다.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도 128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하우스푸어는 점차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집값이 작년 말보다 7% 하락하면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가구가 19만4000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집값 하락과 하우스푸어 증가는 가계부채 부실화를 심화시켜 금융기관이 파산 위기로 치닫고 결국 국가 경제까지 흔들리게 된다.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의 중심에 있는 하우스푸어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 제도가 단기적 처방에는 우리하지만 장기적 처방 즉 항구적 대안이 될 수 없으며 더구나 경제 선순환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과도하게 대출해 집을 사는 바람에 원리금 상환으로 가난하게 사는 ‘하우스 푸어’에 대한 지원이 과도할 경우 ‘집 한 번 못 사본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문제는 하우스푸어 대책이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있는 데다 개인적인 일을 정부나 은행이 도와주는 꼴이어서 심각성에 비해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은 공적자금으로 하우스푸어 문제를 풀겠다는 발상이지만 개인의 투자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서민 연체자와의 형평성 문제나 연체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은 뒤탈도 걱정된다. 수혜나 역차별, 역선택도 차단해야 한다.
모든 은행과 공동으로 하지 않고 단독 추진하는데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있는 만큼 세부 실행계획을 정밀하게 짜고 빈틈없이 실행에 옮겨 위기일발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선도적인 방안으로 정착시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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