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하게 ‘연결’되는 조직
[기고] 강하게 ‘연결’되는 조직
  • 장제국 동서대 총장
  • 승인 2012.09.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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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회사나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조직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경우 조직은 대개 뇌에 해당하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중추인 임원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는 또 각 기능별 지체로 복잡하게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대표이사로부터 말단 직원까지 신진대사가 활발한 조직이라면, 그 회사는 매우 건강한 상태에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뇌만 건강하고 세포 하나하나가 썩어 있다면, 그 회사는 머지않아 병세가 눈에 띄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또한 뇌와 각 세포만 연결되어 있고 세포와 세포가 서로 원활한 연결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 결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직에서 ‘건강한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주는 예이다.
◇바로 옆 사람에게 이메일 보내는 사회
아이러니하게도 정보통신이 발달하여 연결의 시대를 맞았는데도, 조직의 연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일본 도쿄의 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출근하니 영업부서와 영업관리 부서 직원끼리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전날 영업부원이 접수한 ‘급한’ 고객 불만을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영업관리직원에게 구두로 전달하지 않고 이메일로 연락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영업관리부원은 메일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었다. 매우 급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그것도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에게조차 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말하고 있는 ‘연결’인 것이다.
표면적 연결은 있으되, 진정한 연결이 없는 것이 오늘날의 세태인 것 같다. 그러면 조직의 연결을 ‘건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무리 디지털시대이지만 아날로그적 연결이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는 매주 목요일 점심 때 학생플라자에서 교직원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BBLG (Brown Bag Lunch Gathering)’라는 샌드위치를 함께 들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오프라인 모임을 가진다. 이 자리에서 다른 부서 직원들끼리 서로 교류를 할 수 있고, 총장 보직교수 일반교수 직원 조교들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디지털시대에 인간적 따스함을 느끼게 함은 물론이다.
두 번째는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어야 연결이 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취지나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구성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해시키지 않는다면, 처음에는 지시니까 따르겠지만 점점 불만이 쌓이거나 형식적으로 흘러 동맥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경우, 처장회의나 교무회의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나 조직의 최고책임자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담아 매주 수요일 교내 통신망을 통해 ‘BBLG 통신’을 보내고 있다. 이 통신은 교내 구성원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 있는 안식년 교수들과 분교직원들에게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통신을 통해 새로 입안된 정책의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할 뿐만 아니라 이해와 협조도 구하고 있다. 이러한 필자의 글에 대해 많은 답장이 쇄도함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보내오는 답장에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아날로그적 접촉이 조직의 건강성 높여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구성원의 의견표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다. 필자에게도 하루에 휴대폰 문자, 교내메일, 이메일, 페이스북 댓글, 카톡, 쪽지 등 학생들을 포함한 구성원으로부터 쏟아지는 글이 꽤 많은 편이다. 그러나 이들의 글에 대해서 ‘즉시’ 직접 답장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물론 답장을 하는 입장으로서는 여러 통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정성스럽게 메시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조금도 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조직이 연결되어 있어야 조직이 건강하다. 조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영원한 과제는 아마도 어떻게 ‘건강한 연결’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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