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대권 후보 단일화
[충일논단] 대권 후보 단일화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10.0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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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 문재인 누가 될까요?”
“그야 뻔한 것 아냐. 그러다 한 쪽을 밀겠지. 각본에 있는 것 아니겠어?”
지난주 밤낚시를 하다 옆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들의 주고받는 정치 얘기에 귀가 쏠렸다. 이들 가운데 나이든 연장자는 결국 안철수가 문재인 쪽으로 단일화 되는 것이 정치적 각본이라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경선에서 누가 이기겠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즉답 대신 “둘이 정말 단일화는 하는 거냐”고 되물으면 “당연한 걸 묻는다.”고 되레 핀잔을 받기 일쑤다.
물론 둘의 단일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전에 ‘안철수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볼 게 있다.
안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그에 대한 기대감에서 출발한다. 안 후보가 집권하면 우리 정치ㆍ사회 분야에 적잖은 개혁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다소 막연한 바람에서다. 그도 그럴만한 게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정치 개혁과 혁신’, ‘미래의 변화’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각론 없는 추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말을 책임지는 ‘신뢰의 정치’를 보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에게선 왠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특유의 마력이 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후보 단일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고 국민이 그것에 대해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를 단 뒤 “(후보 단일화와 관련)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부당하고 저급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를 계속하면 선거에서 이겨도 국민의 절반밖에 마음을 얻지 못한다.”고도 했다. 정치 개혁의 범위나 국민적 동의 부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수준의 혁신이 이뤄져야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명제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측근들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안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후보 단일화와 관련,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 혁신과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안 후보의 민주당 입당 조건”이라고 했고, 측근인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야권 단일화의 공이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의 마지노선인 후보 등록일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두 달이다. 그 기간 내 민주당이 절반 이상의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 쇄신을 이뤄내든가, 그에 걸맞은 안 후보 측의 개혁 요구를 받아들여야 후보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과연 그 기간 내 ‘국민이 실망하지 않는 진정한 정치 변화’가 구현될지는 알 수 없다. 물리적으로 쉽진 않다. 안 후보의 힘으로 그 목표를 이뤄낼 수도 못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정치 쇄신의 성과를 올린다면 이는 곧 국가적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성 정치 타파를 외치며 대선에 도전하는 안 후보가 적당한 선에서 “정치 쇄신이 이뤄졌다.”고 타협하고, 적당한 선에서 “국민적 동의가 이뤄졌다.”고 강변한다면 이는 또 다른 구태정치이며 희망을 가졌던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지지층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민주화 투사로 각인돼 있는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영전에 안 후보가 깊은 애도에 젖었다. 총선 때 약속한 “변화와 개혁, 국민통합의 약속을 (장관직을 수행하며) 지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그는 장관 재임 시 복지 증진을 위해 힘썼다. 정치를 시작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이 땅 위에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산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것은 대부분 또 하나의 지옥이었다는 것을 세인들은 알고 있다.
안 후보는 ‘정치 쇄신이 없이는 후보 단일화도 없다’고 대국민약속을 했다.
그의 말을 신뢰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낚시터의 연장자가 예견한 말들이 그저 흘러가는 정치적 입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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