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웅진 법정관리인 신중하게 선임해야
[사설] 웅진 법정관리인 신중하게 선임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2.10.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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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수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법원의 심리가 열렸지만 회생절차 방법에 대한 충돌로 정상화의 길이 험난해 보여 선량한 피해자 양산이 우려된다.
문제는 자산관리인 선임문제다. 2006년부터 시행된 통합도산법은 법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당시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돼있다. 채권단은 웅진측이 법정관리 과정에서 신뢰를 잃어 윤 회장에게 경영권을 계속 맡길 수 없고 최소한 공동관리인 체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웅진코웨이는 조기 매각하고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영업을 하지 않는 껍데기 회사여서 청산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느닷없는 법정관리 신청으로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는 웅진그룹이 사느냐 죽느냐는 법정관리인 선임부터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그 결과가 경제전반의 파장도 결정할 수 있기에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다.
웅진그룹과 윤 회장이 법정관리 전에 취한 각종 경영행태는 의혹투성이다. 웅진홀딩스는 회생절차 신청 직전에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에 진 빚 530억원을 앞당겨 갚았고 극동건설은 계열사 호텔지분을 웅진식품에 헐값에 매각했다. 자산 빼돌리기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윤 회장의 부인과 친척은 웅진씽크빅과 웅진코웨이 주식을 사전에 처분해 내부자거래가 아니냐는 눈총을 받았다.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1조2000억원이 들어오기 직전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채무 동결과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법정관리를 악용했다는 논란을 촉발시켰다.
후폭풍도 심각하다. 그룹 전체 부채가 10조원에 가깝고 이중 상당액은 상환이 불가능해 금융권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1조원에 이르는 기업어음과 회사채도 일부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처지다. 극동건설의 국내외 하도급 업체 1000여 곳도 공사대금 3000억원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벼랑 끝에 선 기업일수록 신뢰 위기가 파산을 부르는 방아쇠가 된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와 경영실패로 모두에게 고통을 안긴 그룹 총수의 경영권을 유지해 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법정관리제도 자체가 웅진그룹의 경영권 보호에 악용되고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긴 면이 있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법정관리는 기존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앉히는 ‘관리인 유지(DIP)’ 제도를 도입하고 모든 상거래 채권을 동결한다. 기업의 편의를 지나치게 봐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법정관리가 경영권을 유지해 주고 채무를 감면해 주기 때문에 채권단과 협약해 진행하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인 워크아웃보다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2006년 76건에 불과했던 법정관리 신청은 지난해 712건으로 급증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 142곳 가운데 120곳은 기존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윤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이 단순히 책임경영 강화가 아닐 거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이 참에 기업이 회생보다는 경영권 특혜를 노려 법정관리로 도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회생가능 여부에 따라 정리와 지원을 명확하게 하고 상거래 채권자를 보호하며 채권금융기관의 견제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부실 기업과 부도덕한 경영인은 법정관리 뒤에 숨고 손실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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