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빌보드 2위, 한국 경제·사회도 흔들었다
싸이 빌보드 2위, 한국 경제·사회도 흔들었다
음원시장 수익분배·저작권 문제 등 집중
  • 뉴시스
  • 승인 2012.10.11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제가수 싸이(35)의 정규 6집 ‘싸이6甲 파트1’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이 빌보드에서 3주 연속 2위에 머물렀다.
‘강남스타일’은 그룹 ‘마룬5’의 ‘원 모어 나이트’에 아이튠스 등 디지털 음원판매 성적에서 앞섰으나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라디오 신청곡 횟수인 에어플레이 점수에서 밀렸다. 핫100은 에어플레이에 지난주 음원·음반 판매량을 더해 산정한다. 에어플레이는 순위를 매기는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앞서 ‘강남스타일’은 이달 둘째주 영국(UK) 싱글차트에서도 바베이도스 출신 팝스타 리아나의 신곡 ‘다이아몬즈’에게 1위를 내주며 2위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강남스타일’이 정점을 찍은 것이 아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세계 팝역사를 다시 썼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평가다.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싸이가 약 3개월 간 가요계에 남긴 족적, 향후 과제를 정리했다.
◇12년 일관된 똘끼
2001년 ‘새’로 데뷔한 싸이는 래퍼답게 랩이 강조된 댄스 음악을 주로 선보였다. 듀오 ‘언타이틀’ 출신 유건형과 함께 자신의 곡 ‘연예인’과 ‘위 아 더 원’, 힙합그룹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서인영의 ‘신데렐라’ 등을 만들며 작곡가로서의 능력도 뽐냈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노래만 따지고 들어갈 때 싸이의 그간 노래에 비해 크게 튀지 않는다. 일렉트로 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다른 후크송이 그렇듯 중독적인 요소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코믹한 요소가 다분한 뮤직비디오와 말춤 등이 맞물리면서 세계적인 히트곡이 됐다.
◇한국어 노래, 세계시장에 통한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어 노래로는 사상 처음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진입했다. 가요계에서는 한국어로 세계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봤다. K팝 붐의 시초인 일본에서도 한국어 대신 현지 노랫말로 공략했다. 이 때문에 ‘섹시 레이디’를 제외하고는 한국어로 이뤄진 ‘강남스타일’이 지역색과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과 영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다. 싸이는 11월 발매 예정인 미국 데뷔 앨범에 한국어 노래를 수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에 앨범을 유통하는 유니버설뮤직 측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모습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냈다. 싸이가 지난달 2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전한 해외 음반관계자들의 반응은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한국어 노래가 해외에서 통할 수 있음을 기대케 한다. “무슨말인지 못 알아듣겠는데 한국말이 쫀득쫀득하니 맛있다네요”
◇음원시장 수익분배 문제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높아지자 싸이의 수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예상보다 싸이의 음원 수입이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자 유통업체로 수익이 몰려 있는 음원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남경필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자료 ‘디지털 음악시장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강남스타일’은 6개 주요 음악서비스사업자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음악서비스의 온라인매출 데이터인 가온차트에서 지난 9주간 1위를 차지했음에도 내려받기 286만건으로 3060여만 원, 스트리밍 2732만건으로 540여만 원 등 총 3612만5199원을 벌었다. 유건형과 공동작곡한 싸이는 이마저도 나눠받게 된다. 음원수입의 곡당 평균저작권료를 내려받기 10.7원, 스트리밍 0.2원으로 계산했다. 이처럼 음원 수입이 적은 이유는 음원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곡당 내려받기 최저가격은 791원이고, 캐나다 804원, 영국 1064원인데 한국 음원시장의 곡당 내려받기 최저가는 63원이다. 수익배분율도 다르다. 미국은 유통사가 3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작자, 권리자 등이 챙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멜론, 도시락 등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이 46.5%를 가져간다. 40%는 저작인접권자인 소속사, 9%는 작사·작곡가, 4.5%는 실연권자에게 돌아간다. 올초부터 음원 수익 배분 문제를 제기하던 가요계는 ‘강남스타일’ 덕분에 힘을 받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비자가 접속한 상태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 횟수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종량제 상품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단체의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을 2013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악신탁 3단체는 “승인안 중에서 4중 할인율로 인해 결국 판매가 대비 90% 이상 할인하는 구조와 모바일 등 기타 서비스에 대한 개선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싸이의 ‘말춤’을 만든 안무가가 안무비와 공모선정 보너스(300만 원) 외 성공에 따른 수입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아이돌 그룹과 가수를 중심으로 안무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라잇 나우’ 청소년유해매체물 논란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싸이의 기존 히트곡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2010년 10월 5집 타이틀곡 ‘라잇 나우’가 주목 대상이다. 그러나 이 곡이 ‘19세 미만 청취 불가’로 ‘강남스타일’ 만큼 파급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시끄러워졌다. 여성가족부가 이 노래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가사 중 ‘웃기고 앉았네 아주 놀고 자빠졌네’ ‘아주 생쇼를 하네’ 등의 비속어와 ‘인생은 독한 술이고’에서 ‘술’ 등을 문제 삼았다. 결국 여성가족부는 10일 ‘라잇나우’를 포함한 300여 곡에 대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을 취소키로 의견을 모았다. ‘라잇나우’를 비롯해 장혜진의 ‘술이야’, 그룹 ‘2PM’의 ‘핸즈 업’ 등 300여 곡이 해당된다.
◇문화체육관광부 훈장?
‘강남스타일’은 가요계뿐만 아니라 문화 각계에 파급효과를 냈다. 미국 오픈마켓인 e-베이에는 ‘오빤 강남 스타일(OPPAN GANGNAM STYLE)’ 문구가 새긴 T셔츠 등 1000종이 넘는 관련 상품이 출시됐다. 싸이의 친필 사인이 경매에 부쳐지는가 하면, ‘강남스타일 패키지’ 여행상품까지 나왔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최광식 장관에게 ‘강남스타일’ 관련 질문을 퍼붓자 최 장관은 싸이가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면서 “문화훈장 포상을 추진 중”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싸이를 서훈하면 그의 ‘딴따라’ 기질이 사그러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장훈 공연 표절?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는 법이다. 싸이가 승승장구하는 와중에 공연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김장훈이 5일 새벽 자신의 SNS에 싸이를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기면서 촉발됐다.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을 대부분 베꼈으며 김장훈과 함께 일하던 공연 스태프까지 모두 데리고 갔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합동콘서트 ‘완타치’ 등을 김장훈과 함께 하면서 싸이가 김장훈에게서 공연 연출 기법을 배웠다고 말해온 점이 부각되는 등 시비가 일었다. 김장훈이 싸이와의 갈등 등으로 자살을 기도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김장훈과 싸이가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두 사람은 10일 밤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별들의 밤 2012’에서 ‘러브샷’을 하며 앙금을 씻었다. 김장훈은 “우리의 갈등이 연일 외신에 오르내리기까지 해 형으로서 미안하고 부담스러웠다.”고 사과했다.
이와 함께 공연의 어느 요소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논의도 벌어졌다. 2007년 가수 이승환이 자신의 “무대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했다.”면서 듀오 ‘컨츄리꼬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법원이 이를 기각한 사례도 언급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