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음란물처벌규정 단속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나
[충일논단] 음란물처벌규정 단속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나
  • 장영래 부국장 편집국 사회행정팀
  • 승인 2012.10.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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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음란물’에 대해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영상물은 물론 성인이라도 미성년으로 보이게끔 한 영상도 포함해 이를 보는 경우 처벌한다는 강화된 제도시행을 앞두고 처벌논란이 뜨겁다.
사법당국이 아동음란물 단순소지자를 처벌하는 데 쓰는 법조항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2조 5항(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교행위, 유사성행위, 일반인의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행위 등을 하는 것)과 8조 5항(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한 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정의한 제2조 5항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혹은 이들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 등장, 성행위나 유사성행위를 묘사한 표현물을 아동청소년음란물로 규정했다.
미성년을 등장시키는 것뿐 아니라 성인이 교복차림을 하거나 제목에 ‘10대’, ‘고등학생’ 등 문구를 포함, 미성년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아동청소년음란물에 해당되는 셈이다. 실사영상 외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 매체도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수사당국은 이같은 아동청소년음란물 제작자와 배포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동종전과가 있는 일반음란물의 제작배포자와 몰래카메라를 촬영해 판매한 이들, 강간 등 범죄를 연상시키는 음란물을 다량 유포한 사람 역시 구속수사 대상이다.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소지한 행위 역시 강력히 단속한다. 검찰은 음란물사범 처벌기준을 발표하며 배포자에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내려받아 보관하는 사람 역시 기소한다는 기준을 내놨다.
이때 처벌대상은 단속 혹은 적발 당시 자신의 컴퓨터 등에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저장해둔 것뿐만 아니라 과거 저장해뒀다가 삭제한 것 역시 해당한다. 웹하드나 P2P(파일공유) 사이트 등에서 아동청소년음란물을 내려받아 저장하는 순간 추후 삭제 여부와 관계없이 소지죄가 성립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죄를 범한 초범도 재판에 넘기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특히 과거 성폭력 등 관련 범죄 전과가 있을 경우 엄히 처벌한다는 것이다. 다만 검찰은 지난달부터 아동청소년음란물 일제단속이 시작된 점 등을 고려, 9월 이전 소지범은 범죄전력과 소지경위, 소지 음란물의 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탄력적으로 기소할 방침이다. 일제단속으로 아동청소년음란물 소지가 불법임이 알려진 9월 이후 소지범은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전원 재판에 넘겨지고 청소년 소지자도 단순 기소유예 처분을 피하고 교육·상담, 선도, 소년부 송치 등 특정 조건을 붙이기로 했다. 문제는 탄력적 적용 범위와 이미 지운 과거 소지기록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조항 때문인데 ‘단순소지자’까지 기소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적용은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일종의 적용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경찰의 시각도 문제 소지가 있다. 경찰 역시 청소년은 기소유예하던 관행을 벗어나 조건부 기소유예를 하거나 소년부로 송치해 처벌하겠다며 올해 9월 일제단속 이후 소지자는 단 1편만 적발돼도 소환조사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증가하는 성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사전 예방적 제도확대는 미흡하고 사후발생적 처리만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의 경우 지적이나 성적 호기심이 왕성하고 그만큼 범죄로 분류되는 환경에 노출이 쉽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을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은 없고 결과치에 치중하는 듯한 수사당국의 발표를 정부가 방관하는 것이 문제다.
성유혹 차단을 위해서는 이렇듯 규제일변도의 관행이 고쳐지지 않은 상태로 행정적 제도가 매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이번 성을 매개로 하는 어떤 단속도 실효성이 의문될 뿐만 아니라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음란물 심의를 담당하는 전문가들 조차 이번 조치가 단순히 청소년이 등장해 성행위를 한다는 점만으로 음란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아기들의 성기가 노출되는 돌사진도 사진관에 있다면 돌잔치의 한 부분이지만 포르노사이트에 게재된다면 아동음란물로 보는 것과 같은 식이다.
법조계조차 검찰의 기소방침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른바 형평성문제인데 법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명확히 의미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처벌을 위한 법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이 있어야 하며 추상적 용어를 쓸 경우 차라리 사례라도 들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사람이 판단한다는 점에서 정부당국의 입맛에 따라 민주화인사를 탄압하는 데 쓰인 국가보안법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이용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아동음란물이 아닌 기타 음란물 단속사례를 보면 ‘수요자’가 아닌 음란물을 제작판매하는 ‘공급자’를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아동음란물 단속방법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논리에 맞다.
나아가 수사당국의 근시안적 시각도 문제다. 유관 정부기관과 함께 교육과 환경유도를 위한 기본적인 방향과 논의도 없는 일방적 처벌강화만으로 성문란에 대한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방식이 매우 편협적이고 단순한 발상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면 실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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