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의 허술한 경계태세와 총체적 부실
[사설] 軍의 허술한 경계태세와 총체적 부실
  • 충남일보
  • 승인 2012.10.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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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병사가 아무도 모르게 전방 철책을 넘어 우리 병사들의 생활관 문을 두드린 사건을 계기로 군 경계태세의 허점과 보고체계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만일 이번 일이 귀순군이 아니라 무장병력이었다면 이는 엄청난 멘탈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엄정한 변신이 요구된다.
제대로 된 보고체제가 가동되지도 않은 채 국정감사에선 합창의장이 거짓보고를 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이런 국내 내부의 질서문란을 이번에 반드시 시비를 가리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장병들의)생활관 밖에 설치된 CCTV로 북한군을 발견하고 귀순의사를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은 북한군 병사 스스로 생활관 문을 두드릴 때까지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부대는 당초 CCTV로 그를 발견했다고 거짓 보고했으나 CCTV의 녹화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합참 상황실은 해당 부대의 정정보고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거짓 보고에 보고 누락까지 한 것이다. 경계태세는 한심할 지경이다.
만일 그 병사가 귀순하러 온 것이 아니라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기습하러 온 것이었다면 생활관에 있던 수십명의 병사들은 어떻게 됐을까. 한 사람이 아니라 일개 소대가 차례로 넘어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더욱이 이 날은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 북한 잠수정이 출현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계태세가 강화된 날이었다. 지난달에는 한 탈북자가 해안 철책을 아무도 모르게 통과한 뒤 인천 강화군 교동도에서 엿새간 머물렀다 주민 신고로 붙잡혔다. 우리 군의 경계태세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경계태세 뿐만이 아니다. 방위사업청의 무기 도입이나 관리도 허술하다. 방사청 자료에 따르면 예산 800억원이 투입된 전술 정찰 정보수집 체계 구축사업이 완료 시한을 1년이나 넘기고도 기술력 부족으로 여전히 시험평가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회 국방위원들에 따르면 K2 전차에 적용되는 독일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의 성능검증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사청은 전차와 유도탄 등 7개 무기에 장착될 위성위치 확인시스템(GPS)을 군용 GPS가 아닌 전파 교란에 취약한 상용 GPS로 구입하려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대당 1조1000억원 짜리 이지스함의 경우는 더 한심하다. 사상 최강의 전투능력을 갖췄다는 `서애류성룡함(7600t)은 지난 3월 항해 도중 수중 부유물과 부딪혀 수중음파탐지기를 보호하는 장비가 손상됐다. 그러자 방사청은 더 강화된 보호장비를 제공하는 대신 해군에 수중 부유물들을 피해서 항해하라는 말도 안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800km까지 연장하고, 무인 항공기(UAV)의 탑재중량을 최대 2.5t까지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 미사일 정책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최신 무기 도입이나 기존 무기의 성능 향상만으로 방위력이 강화되지는 않는다. 기존 무기체계를 유사시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관리하고, 전방의 경계태세를 물샐틈없이 유지하는 것은 국토방위의 기본이다. 기본이 안돼있다면 아무리 거액을 들여 최신 무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전력이 크게 향상된다고 보기 어렵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대응타격을 할까말까 상부에 묻지 말고 바로 북한 지역내 도발 원점까지 타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그런 ‘북 도발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이라는 말만으로 국토 방위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병사들의 강한 정신력과 경계태세, 기존 무기체계의 적절한 관리, 최신 무기의 순조로운 도입 등 기본적인 것들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거액을 들여 강력한 무기체계를 구축한다 해도 국방은 부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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