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난 군 안보태세 환골탈태 기회돼야
[사설] 구멍난 군 안보태세 환골탈태 기회돼야
  • 충남일보
  • 승인 2012.10.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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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른바 노크귀순과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역대 최대규모의 문책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북한군의 노크귀순 사건은 말 그대로 우리 군이 국방업무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나니냐는 국민적 지탄이 말할 수 없이 많은 가운데 충격을 넘어서는 군의 방어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이다.
급기야 국방장관이 장성을 포함 모두 14명의 지휘관들을 문책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일 강원도 동부전선 우리 측 경계를 뚫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신변확보 과정에 관한 전말이 드러나면서 우리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와 보고체계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사건이 발생한지 엿새 동안 일체 언급하지 않던 군은 지난 8일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부랴부랴 해명하기 급급했다. 급기야 계속된 말바꾸기로 군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군 당국의 해명을 종합해보면 우리 군은 북한 귀순 병사 한명에게 경계가 완전히 뚫렸다. 관련 사실을 파악하는데만도 열흘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는 동안 군 최고 수뇌부인 합참의장은 관련 사실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해 국회에 허위보고했다. 믿지 못할 일이 우리 군 내부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번 북한 병사가 귀순한 2일은 오전에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해당 지역 군이 경계태세를 강화한 날이었다.
귀순 당시 야간에는 GOP에서 근무하는 40여 명의 장병 중 3분의 1인 철책 경계근무에 나간 상태였으며, 소초 생활관에는 상황 근무자 1명과 불침번 1명이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22사단은 과거에도 철책이 뚫려 경계태세에 허점을 드러낸 적이 있다. 1999년과 2009년 민간인이 철책에 구멍을 뚫고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2006년 6월에는 북한 병사 1명이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철책을 통과한 뒤 나흘 동안 남측 지역을 돌아다니다 주민 신고로 붙잡히기도 했다.
군 당국은 전방부대 전투력과 경계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침투가 목적 아닌 귀순을 위해 철책을 넘은 북한 병사 한명에게 동부전선이 뚫려 군의 철통경계 목소리가 헛구호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보고를 받은 합참 상황장교(영관급)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료를 열람하지도 않은 채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의 어이없는 해명은 또 있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 의사를 밝히고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을 찍은 CCTV가 당시 작동은 하고 있었지만 녹화는 안됐다는 것이다.
CCTV가 녹화되지 않은 시간은 북한군 병사가 북측 철조망을 통과해 우리 측 철책을 타고 넘어 소초까지 이동한 시간과 이후 해당 병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대와 맞물린다.
어이없는 장면이 실제로 우리 최전방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로 우리 군이 보여준 태도는 참으로 충격 그 자체다.
더구나 사건 일주일이 지난 상황에서도 군 최고 수뇌부인 합참의장이 관련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며 우리 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해졌다면 더 이상 군 존재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군이 더 이상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도 해야 한다. 이번 기회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엄격한 방어관리시스템을 다시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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