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임기 말 민심이 흉흉하다
[충일논단] 임기 말 민심이 흉흉하다
  • 한내국 부국장 편집국 정치행정팀
  • 승인 2012.10.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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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환과 정치의 실종, 손 놓은 정부가 빚는 사회 곳곳의 암울한 민심이 마치 미래 한국의 자화상처럼 펼쳐져 당혹스럽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간 벌이는 정쟁에는 한국의 앞날에 대한 비전은 없고 과거사 잘못으로 네탓공방만 하고 있다. 게다가 후보들은 정책노선을 가지고 시비를 벌이면서 혹자는 단일화에 쫓겨 제대로 된 청사진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찍을 후보가 없다고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이면에는 강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으니 마치 정치세계가 ‘도적놈들의 밥그릇’처럼 비춰지고 있는 모양이다.
옛부터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가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은 핍박받는 정치때문에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것이 속편하다는 곡소리를 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한국사회가 빚장풀린 법없는 세상같은 느낌이 강하다. 임기 말 9부능선을 넘은 현 이명박 정부는 몹시도 초라한 정책실적과 함께 산적한 어려움을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그 결과 성범죄가 판치고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칼부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으며 가정은 가정대로 빚에 눌려 허덕이고 자녀들은 엉망이 된 학교에서 미래를 꿈꾸어가고 있다. 안팎 어느 곳에도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한 마디로 민심이 ‘흉흉’하다.
정치란 무릇 국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하는 대리행위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쟁점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이 과거사안들이다.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노 전대통령의 NLL발언이나 정수장학회 논란 등도 그렇다. 유신문제도 그렇다. 경제민주화 역시 후보들의 생각이 상생에 모여있지 않은 느낌이 많다. 재벌을 깎아 국민을 살린다는 일색이다.
현직 대통령이 집안일로 특검을 받고 말 그대로 임기말 뒤죽박죽이다. 그러다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흉흉한 민심에 동요하는 사회에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이같은 사회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급기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대낮 치정 칼부림 사건에서는 택배원이 범죄에 악용됐다.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착한 택배원을 사칭하는 범죄자들이 우리 주변에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택배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택배원을 사칭한 범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혼자 있는 부녀자를 상대로 한 강도행각이나 홀로 집에 있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범죄에 택배원 사칭이 활용되고 있다.
명절 연휴를 전후해 택배원을 사칭한 범죄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도 깨지면서 강도,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택배원 사칭이 악용되고 있다. 정부가 제 할일을 하지 않고있는 탓이다.
세계적 치안력을 자랑하는 우리의 현실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방문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제 믿을 구석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런 잘못도 역시 정부의 방만 탓이다.
이런 난세가 되면 국민들은 한가지 꿈을 꾼다. 바로 나라를 건질 어진 사람을 찾는 것이다.
사기(史記) 위세가(魏世家)에는 위나라 문후(文侯)가 재상 임명을 위해 이극(李克)에게 자문을 요청하면서 나눈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위문후는 이극에게 말하길 선생께서 과인에게 말씀하시길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그리게 된다(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국난사양상 (國亂思良相))라고 하셨습니다. 제 동생인 성자(成子)와 적황(翟璜) 중 어떤 이가 적합합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이극은 문후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사항을 진언한다. 평소에 지낼 때는 그의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살피십시오.
위나라 재상이 된 사람은 바로 성자(成子)였다. 비록 문후의 동생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소득 중 10%만을 생활에 쓰고 나머지 90%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어진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였고 어진 재상으로서도 적임자였던 것이다.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나 국난사양상(國亂思良相)이라는 말은 모두 어려운 시기에는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필요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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