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은 왜 노벨상 수상자를 단 1명밖에 배출하지 못 하는가
[기고] 한국은 왜 노벨상 수상자를 단 1명밖에 배출하지 못 하는가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 승인 2012.10.23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년 가을,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시즌을 맞이하여 전 세계 언론은 노벨 평화상, 노벨 문학상, 노벨 경제학상, 노벨 과학상, 노벨 의학상을 누가 받느냐에 온통 뉴스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2012년 10월 9일 한글날에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50) 교수가 2006년에 다 자란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생명체 초기 단계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은 공로를 인정받아 1962년에 개구리 복제에 성공해 동물 복제 연구의 물꼬를 텄던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존 거던(John Gurdon·79) 교수와 함께 일본 역사상 19번째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일본 국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그리고 한국 국민들은 이에 고무되어 그 어느 때보다도 한국에서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매일경제 2012년 10월 9일자 사설에 의하면, 스웨덴 기업가인 알프레드 노벨 (Alfred Nobel, 1833~1896)의 유지에 따라 1901년부터 노벨상이 수여되기 시작한 이후 111년 동안 70개국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모두 830명의 개인과 23개의 단체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고 한다.
830명의 개인 수상자 중에서 미국은 무려 332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100여 명의 수상자를 낸 영국과 독일이 그 뒤를 이어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밖에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러시아, 캐나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일본, 덴마크, 폴란드, 호주, 노르웨이, 이탈리아도 1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두뇌강국의 반열에 들었다.
그런데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민간과 공공 부문을 합친 총 연구개발비가 45조원으로 세계 7위권에 진입했지만, 단 1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그쳐 한민족의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숙적인 일본은 한국과 달리 국내 GDP의 2%를 연구개발 예산에 배정하고 그중 60~70%를 반드시 응용 기술 분야가 아닌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장기간 노력한 결과 무려 19명(평화상 1명, 문학상 2명, 과학상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한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다행히도 최근에 고은 시인, 조창희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장,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 등이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어 한국 국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고은 시인은 최근 4년간 꾸준히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논의되어 201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 아쉽게도 2012년 노벨문학상은 소설 ‘붉은 수수밭 가족’(1987)으로 유명한 중국 산동성 출신의 관머우예(管謨業·57)가 수상했다고 한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하지 못하는 원인을 내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밝혀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국의 미래 꿈나무를 키우기 위한 한국교육이 입시위주의 지식중심 주입식 교육에 치우치다 보니 상상력과 창의성이 풍부한 창조적 인재들을 많이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 규모가 16조원으로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스라엘·핀란드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예산의 3분지 2를 응용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바람에 기초과학의 기반이 부실한데다가 대입에서 이공계 기피 풍조가 갈수록 심해져 창조적인 과학자들을 많이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학자나 문인들에 대한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책이 미흡하다. 특히 한국 정부가 우리의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을 외국어로 번역 출판하는데 소홀한 감이 있고, 노벨상 후보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외교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셋째로 우리 한민족은 일상생활에서 ‘4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이는 분명히 우리 한민족 중에 남이 잘 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나쁜 사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입증해 주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할만한 뛰어난 글로벌 인재들이 많이 배출될 확률이 적을 수밖에 없다.
아무튼 한국이 앞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일본 못지않게 많이 배출하여 한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무엇보다도 먼저 대학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 창조적 체험교육을 강화하고, 일본을 거울삼아 연구개발 예산의 3분지 2를 응용 기술 개발이 아닌 기초과학 분야에 투자하고 뛰어난 이공계 인력을 많이 양성해 기초과학 기반을 튼튼히 구축해야 한다. 또한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훌륭한 인재들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경제적·학술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외교적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삼성그룹의 창조경영과 천재경영을 벤치마킹하여 일본처럼 평범한 회사원들도 노벨상을 많이 탈 수 있도록 창조적 기업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