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끄러운 우주강국의 꿈 현실을 직시해야
[사설] 부끄러운 우주강국의 꿈 현실을 직시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2.10.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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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진행되던 나로호(KSLV-I)의 세 번째 발사 준비가 링 모양의 고무 부품 하나 때문에 멈춰섰다. 하지만 고장원인을 알고도 우리 연구진이 이를 점검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없어 부끄러운 우주강국을 꿈꾸는 비참한 과학한국이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발사 예정일인 지난 26일 오전 11시께 돌연 ‘발사운영’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26일 발사를 목전에 두고 실제 발사에 앞서 오전 8시 45분께 1단(하단)부에 헬륨을 채워넣기 시작했는데, 헬륨 압력이 적정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아 조사해보니 오전 10시 1분께 연료·헬륨 주입을 위한 로켓 하단-발사대 연결 부위의 링 모양 고무 실(seal)이 찢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로켓 하단-발사대 연결 부위에는 기체가 새는 것을 밀봉하기 위해 여러 개의 실이 사용되는데, 이 부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헬륨이나 연료를 제대로 채워넣을 수가 없다. 나로호는 헬륨가스 압력으로 밸브 등을 작동한다.
발사 예정일을 하루 앞둔 25일 오전 9시 10분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진행된 최종 리허설(예행연습)에서도 1단(하단)과 2단(상단), 레인지시스템(추적시스템), 충돌회피분석(COLA·Collision Avoidance) 등에 특별한 이상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때문에 당초 우리 연구진들은 변수였던 날씨까지 걱정과 달리 오늘 아침 맑아 3차 발사는 꼭 성공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예기치 않은 고무 링 부품 때문에 결국 1·2차와 마찬가지로 연기를 선언하게 돼 체면을 구겼다.
이 발사체는 다시 러시아까지 가져가 고장원인을 점검하게 된다니 참으로 맥이 빠진다. 우리 정부는 이번 발사를 성공하기 위해 절취부심했지만 그것은 오직 러시아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벽이다. 이는 여전히 우리 기술력이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음을 뜻한다.
그동안 과학한국을 꿈꾸어 왔던 우리는 그러나 역대정권들의 무책임한 정권운영으로 과학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것이 오늘의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분야와 연관성이 전혀 다른 과학과 교육을 한 군데로 묶어 아예 과학한국의 부끄러운 오명을 갖게 했다는 지적도 많다.
교육과학기술부라는 맞지않는 부처통폐합으로 과학분야에 대한 추진동력이 사실상 와해됐고 그 결과 막대한 자금과 연구원을 투입하고도 로켓발사를 자체적으로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고장이 발견돼도 들여다조차 볼 수도 없는 어이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수한 인재양성을 하면서도 지속적인 과학분야 확장과 투자가 멈춘 한국과학의 현실이 이번 발사실패를 계기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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