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 무단횡단 교통사고 사망자 4.5일에 1명꼴
[기고] 지역 무단횡단 교통사고 사망자 4.5일에 1명꼴
  • 라창호 전 부여군 부군수
  • 승인 2012.10.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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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뼈아픈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1598년 8월 죽자, 일본의 다이묘(大名)들은 토요토미 히데요시 지지 세력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지지 세력으로 나뉜다. 마침내 1600년에 양 세력이 사생 결단하는 세키가하라 전투가 벌어지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동군(東軍)을 지휘하여 토요토미 히데요시 지지 세력인 서군(西軍)을 꺾고 승리하게 되고, 에도 막부를 개창한다.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로 이어지는 일본의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평화의 시대를 연 것이다. 이 사람은 인내심이 대단한 기다림의 달인으로 알려졌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결코 서두르지 말라”고 한 그의 말을 통해서도 그의 성품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말은 마치 성미 급한 우리나라 사람에게 들려주는 충고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사를 너무 서두르기 때문이다. 성격이 매우 급해 빨리 빨리하기를 좋아한다. 대리 운전이나 이삿짐센터의 전화번호에 8282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식당에 가서도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기 보다는 우선 빨리 되는 음식을 주문하거나, 주문을 하고도 얼마 되지 않아 독촉하기 일쑤다.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을 우리의 행동에서 알아본다고 한다. 예컨대 ‘자판기 커피가 다 나오기 전에 손부터 집어넣고 들여다본다. 짧은 줄을 찾아 이리 저리 옮겨 다닌다. 마트에서 계산하기 전에 음료수를 마신다. 노래방에서 남의 노래를 중간에 끊는다.’ 등등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이 같은 성급함 탓인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많이 나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도 크다. 지난 10월 4일자 우리 지역 모 일간신문에 ‘지역 무단횡단 사망 年평균 80명’이라는 큼직한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살펴보니 2009~2011년 3년 사이에 대전·충남에서 총 2250건의 무단횡단 교통사고가 발생해 242명이 사망(대전66, 충남176)하고, 2096명(대전721, 충남1375)이 부상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해 만도 753건에 82명이 사망(대전20, 충남62)하고, 699명(대전269, 충남430)이 다쳤다 한다. 사망자가 4.5일에 한 명씩 발생한 꼴이다.
우리 지역에서만도 이렇게 인명 손실이 큰데 이것을 전국적으로 보면 피해는 더 엄청날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우리가 조금만 행동을 차분히 하고 주의를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서 안타까움이 더 크다. 신문에서도 무단횡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교. 건널목 등 정해진 곳을 이용하고 신호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불과 수 미터 또는 수 십 미터 옆에 있는 건널목이나 육교를 통해 길을 건너면 목숨을 잃는 일이 없을 텐데 무모한 횡단을 감행하고, 지하도가 있는데도 굳이 도로 위를 횡단하다 사고를 당한다.
건널목에서도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다. 차량들도 너무 빨리 달려 사고를 부른다. U턴 시에도 차량들이 순서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앞 뒤 차가 동시에 U턴을 해 어지럽기 일쑤다. 이에는 우리의 성격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느긋하지 못한 성격과 습관 탓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분명한 것은 인명피해를 수반한 교통사고는 사회적 비용을 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노동력 상실, 보험금 지출·치료비 부담, 사망자 및 부상자 가족의 일상생활 지장 등도 사회적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민소득이 2만불을 넘었다. 우리도 한 템포 느린 행동을 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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