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수출대국 제조업부터 살려야 한다
[충일논단] 수출대국 제조업부터 살려야 한다
  • 고일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11.0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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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의 장기화와 내수부진의 심화, 이는 수출을 통해 먹고사는 한국에겐 모든 분야에서 치명적인 어려움들이다. 더구나 이번 장기불황에는 유럽이라는 거대의존국가들이 연이어 부도위기에 휩싸이면서 그 파장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이런 어려움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연쇄적 파금의 불안정성이 국내 산업계에도 먹구름을 주고 있는데 특히 수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제조업의 불황을 방치할 경우 수출에 큰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같은 현상은 마침내 제조업 성장률이 39개월만에 서비스업에 추월당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주요 수출품의 국외 생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제조업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하는데 그쳤다. 서비스업 성장률은 2.4%로 제조업의 약 두 배다.
제조업 성장률이 서비스업에 역전당한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2009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2009년 2분기 당시 제조업은 -7.1%, 서비스업은 0.4% 성장해 둘 간의 차이는 7.5%포인트였다. 제조업 성장률은 금융위기 직후 2009년 3분기 1.8%를 기록한 이래 2011년 1분기까지 9.5~13.1%의 고공행진을 했다.
그러나 2011년 2분기 7.5%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 4.1%, 2분기 2.6%에 이어 3분기엔 1.3%를 기록했다. 0%를 향해 추락하는 형국이다.
이런 어려움은 미국이 겪은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적 이유는 미국 제조업 경쟁력이 원가와 생산성, 품질 등 총체적으로 약화되었음에서 기인한다. 튼튼한 제조업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 기반 위에 세계를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이 발전해야 경쟁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메카니즘이 무너지면서 초래됐다. 제조업이 10%의 이익밖에 내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는데, 뉴욕의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은 40~60%의 이익을 보아 치부했으니 이자 따먹기식 신자유주의가 빚어내는 비극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역사의 경제 대국 흥망사를 보면 제조업에 강한 나라가 진정한 강자가 되었다. 실제로 미국 전체 산업의 총 이익금 중 금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10%였으나, 2007년에는 40%에 이를 만큼 해마다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제조업은 강국의 운명을 좌우했다. 신대륙에서 약탈한 금과 은으로 지구를 반씩 나누어가졌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약탈경제와 금융에만 의존하다 무적함대의 파멸과 함께 무너졌다. 유럽대륙을 장악한 나폴레옹은 산업혁명을 이룬 잉글랜드의 제조업에 무너지고 말았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한 잉글랜드는 값싼 노동력과 낮은 땅값을 찾아 신대륙으로 제조업 기지를 옮겼다. 그 결과 세계대전 때는 제조업 왕국인 미국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미국의 참전은 양차 대전의 승패를 결정했다. 자국에서 자동차 한 대 제조하지 못하는 대영제국은 사라졌고 제조업 강국 미국이 세계를 장악했다.
미국은 원가절감과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해외로 제조업을 옮겼다. ‘제조업공동화’ 현상이 생겼고 1985년 미국은 GDP 규모에서 일본에 뒤지는 충격적인 결과를 냈다. 이 무렵 걸프전에 투입된 핵심 무기기술은 대개 일본산이었고 “일본 제조업이 없었다면 미국은 걸프전을 수행할 수 없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985년 이후 미국은 정책을 바꾸어 제조업을 다시 강화하기 시작했고, 일본은 반대로 값싼 노동력과 땅을 찾아 해외로 제조업기지를 옮겼다. 일본의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그 충격은 무려 2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역시 혁신과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대신 값싼 노동력과 땅을 찾아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다. 자동차 산업 같은 대규모 고용을 담당하던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현지공장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중산층을 지탱하던 안정적인 일자리는 사라졌고, IMF 경제위기 같은 금융위기에 쉽게 노출되어 버렸다.
아담 스미스 이후 세계의 부를 창출했던 자본주의 250여 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나라는 부실화 되었고, 소리 없이 강한 나라들은 모두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3차 산업은 중산층을 지탱할만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공급하지 못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쉽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오랫동안 유럽열강에 약탈당한 것도 있겠지만,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금융업이나 서비스업은 꽃에 비유할 수 있다. 꽃은 잠시 아름답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그건 잠시일 뿐이다. 뿌리와 줄기가 번성하지 않는다면 좋은 꽃을 볼 수 없다. 제조업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면 금융업이나 서비스업 같은 3차 산업에서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가 없다. 꽃에만 주목해 나무 키우기를 소홀히 한다면 꽃은 결코 피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제조업의 하락은 이유가 있다. 국내 생산시설의 국외 이전이 늘고 있다는 점 역시 제조업 성장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국내 기업이 외국공장에서 생산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닌 현지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인 스마트폰은 2012년 1분기 현재 80%가 나라 밖에서 만들어졌다. 2010년 이 수치는 16%에 불과했다. 자동차 역시 올해 상반기 현재 73%가 국외 생산품이다.
이에 따라 올해 1~3분기 제조업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기여도는 각각 1.1%포인트, 0.8%포인트, 0.3%포인트로 서비스업(1.3%포인트, 1.4%포인트, 1.2%포인트)에 내리 뒤처졌다.
철강, 석유화학, 섬유, 반도체, 기계, 자동차, 조선, 건설산업 등 이른바 18대 전통주력산업은 고용효과가 크고,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관련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주력 산업의 고부가 가치화와 고급 브랜드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주력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서나업도 건설산업도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숫자에 현혹되어 제조업 비중이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착각했지만,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에서 제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큰 비중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제조업의 중요성 만큼이나 제조업이 주저않는 걸 가장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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