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 TV말고는 필요없다?
영화 홍보, TV말고는 필요없다?
‘박수건달’ 박신양,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활용… 인지도 상승 톡톡
  • 뉴시스
  • 승인 2013.01.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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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45)의 코미디 ‘박수건달’(감독 조진규)이 개봉 12일 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박수건달’은 20일 하루 전국 602개관에서 2742회 상영되며 34만2947명을 모아 톰 크루즈(52)의 할리우드 액션 ‘잭 리처’(감독 크리스토퍼 매쿼리)를 압도하며 1위를 지켰다. 9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은 250만1126명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박수건달’이 다른 영화들과 180도 다른 홍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원톱 주인공인 박신양은 어느 영화, 어떤 스타도 개봉에 맞춰 당연히 하게 마련인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1996년 영화 ‘유리’(감독 양윤호)로 데뷔한 박신양의 연기인생 17년 중 최초의 코믹 연기인 데다, 그것도 남자 무당인 ‘박수’를 맡아 진한 화장에 깜찍한 한복 등 여장까지 불사했다. 그 동안 무게감 있고 진중해 보이는 캐릭터를 주로 해온 박신양의 변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신양에게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 캐릭터 준비 과정, 에피소드 등을 물어볼 자리는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직후 회견뿐이었다.
극중 ‘광호’ 박신양과 대립각을 세우는 ‘태주’ 김정태(44)의 개봉 전 인터뷰, ‘수민’의 엄마이자 의사인 ‘미숙’ 정혜영(40)의 개봉 후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 박신양의 이야기를 접해야 했다.
박신양은 대신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는 적극 출연했다.
박신양은 지난해 12월 30일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생활의 발견’에서 신보라(26)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새 남자친구로 모습을 비췄다. 박신양은 SBS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처럼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신보라를 향해 “너 바보야? 왜 말을 못해.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 “애기야!” 등 추억의 대사를 읊기도 했다. 물론 신보라, 송중근과 어우러진 코믹 연기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웃겼다.
13일 SBS TV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는 극중 ‘명 보살’ 엄지원(36)과 함께 게스트로 나와 ‘쩐의 전쟁 레이스’를 펼쳤다. 박신양은 과거 기계체조를 한 실력으로 ‘다리찢기’ 내기를 제안했고 ‘의자 빼앗기’에서는 가수 김종국(37)이 이미 앉아있던 의자에 끼어 앉는 승부욕을 보이며 공동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8일과 15일에는 극중 라이벌 ‘태주’를 호연한 김정태(43), 태주의 수하 ‘깐죽이’ 김형범(38) 등과 SBS TV ‘강심장’에 출연해 러시아 유학, 결혼, ‘박신양 펀(FUN) 장학회’ 등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박신양의 명찰에는 ‘박수건달’이라고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특히 8일에는 국제가수 싸이(36)의 ‘새’를 노래와 춤으로 선보여 보는 이들을 열광시켰다.
TV 인기프로그램을 3개나 섭렵하며 박신양이 펼친 활약상과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방송 전후는 물론 도중에도 많은 연예미디어를 통해 중계하듯 기사화됐다. 일부 연예미디어의 경우 지난해 판타지 멜로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의 주연 송중기(28)가 KBS 2TV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촬영 탓에 한 번에 여러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는 라운드 인터뷰를 추진했다가 미운털이 박힌 이래 이 영화에서 공연한 박보영(23), 유연석(29) 등의 인터뷰까지 보이콧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영화의 인지도 상승에 톡톡히 기여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여건이 맞지 않아서 박신양 씨의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우리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배우로서 쌓아온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데도 이를 마다하지 않은 프로 정신에 탄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박수건달’은 다른 영화들과 달리 개봉 이후 배우들과 감독이 무대인사를 하지 않았다.
박신양, 정혜영, 김형범, 광호의 수하 건달을 맡은 최지호(33), 어린이배우 윤송이 등과 조진규(53) 감독은 4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연예인 등 3000명을 초대한 ‘운수대통 대박 시사회’, 박신양, 엄지원, 정혜영, 윤송이 등과 조 감독은 7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일반 시사회 등에 나서는 등 개봉 전 주조연들과 감독은 연말연시 서울 지역에서 총 5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해 각 상영관을 돌며 빠짐 없이 무대 인사를 했다.
하지만 개봉 이후에는 이 영화의 흥행의 발판이 되고 있는 지방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무대인사를 하지 않았다. 개봉일인 9일 10만6959명을 모으며 1위로 출발한 만큼 흥행세를 더 높이기 위한 첫 주 무대인사가 마련돼야 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200만 관객 돌파 여부가 결정되던 19일과 200만 돌파 이후 맞는 20일 등 둘째 주말에도 역시 무대인사는 없었다.
JTBC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극본 김수현·연출 정을영)에서 주연을 맡은 엄지원이나 신작 코미디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의 개봉을 앞둔 김정태야 그렇다 쳐도 다른 배우들까지 무대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뜻 밖이다.
무대인사는 “우리 영화 잘 틀어주세요”라고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에게 사례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더더욱 의외다. 쇼박스는 대기업(오리온) 계열이기는 하지만 자체 멀티플렉스 체인을 보유하지 못한 처지다.
쇼박스는 “개봉 이후에는 배우들의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 개봉 전 시사회에서 무대인사를 몰아서 해야 했다.”며 “오히려 개봉 전부터 긍정적인 입소문이 퍼지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주연배우의 미디어 인터뷰 없이도, 개봉 이후 무대인사를 안 하고도 흥행에 어려움을 겪기는 커녕 오히려 배우의 흥행파워와 영화 자체의 힘을 앞세워 대박 행진 중인 ‘박수건달’로 인해 앞으로 한국 영화의 홍보 마케팅 방법이 바뀔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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