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식량주권국가 꿈 멀어지나
[충일논단] 식량주권국가 꿈 멀어지나
  • 고일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3.04.04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 중에서 우리 땅에서 키운 것은 28.9%, 그 중에서 쌀자급률만 95%, OECD국가 중 자급률 맨 꼴찌… 이것이 2011년 한국식량의 현주소다.
그러나 더욱 암울한 소식이 나왔다. 2050년이면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크게 낮아진다는 내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식량공급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2050년에 쌀 17.8%, 콩 21.2%, 보리 13.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기후변화는 기온이 6.0도 올라가고 강수량이 20.4% 증가하는 RCP8.5다.
2050년 주요곡물 자급률은 재배면적이 줄고 기후변화의 영향이 겹쳐 기후변화가 없을 때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쌀은 55.0%, 콩은 6.8%, 보리는 8.5%의 자급률이 된다. 쌀의 경우 불과 40년만에 40%나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기후변화로 쌀 자급률이 50%대로 떨어져 쌀 소비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콩과 보리도 식량자급률이 크게 하락해 앞으로 수입의존도가 보다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상고온과 이상강수량 증가 현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쌀의 생산이 8.8~20.8% 줄어들어 공급불안도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됐다.
이런 예측을 종합하면 식량확보를 위한 노력의 방향은 보인 것이다.
보고서는 국내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한 적응기술의 개발·보급 확대, 경지이용 확대, 융합기술 활용, 농업기반시설 현대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해외 수입 능력을 높이기 위한 해외식량기지 건설, 국제곡물시장 활용, 국제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현실적 처방인데 우리 정부는 식량에 관해 그리 급해보이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죄다 사다먹으면 된다는 주의다.
이같은 성향을 주도하는 것은 FTA다. 아시아권을 포함해 거의 세계 전역을 겨냥해 있다. 우리 정부는 이렇게 무차별로 시장을 개방하면서 거의 1차산업을 포기한 듯하다.
당장 소고기 돼지고기 폭락만 보아도 그렇다. 국내 축산시장에 비상이 걸린 구제역 파동을 축산시장 수급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
정부는 급기야 수입을 대폭 확대해 막힌 수요를 풀었다. 이후 다시 양산체제로 접어든 한국에는 이상한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산 소, 돼지값이 폭락한 것이다. 늘린 수입량을 줄이지 않은 정부가 늘어 난 국내 시장회복을 방치한 것이다. 그 결과 송아지 한마리에 1만원까지 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그때마다 FTA야말로 글로벌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하면서 이곳저곳 할 것없이 놀라운 실력으로 수입개방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남는 쌀 소진을 위해 생산된지 3~4년이 지난 국내 쌀을 가공업체에 시중가 대비 30% 수준에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쌀 자급률 감소로 밥쌀용 쌀 재고마저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가공용 쌀 공급량을 줄였다.
저가 가공용 쌀 공급 중단방침은 쌀국수, 쌀막걸리, 쌀과자 등 국내산 쌀로 만든 쌀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국내산 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 대부분이 ‘국내산 쌀 사용’을 제품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값싼 수입쌀로 원재료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3년 간 국내 쌀 생산량과 논 면적은 매년 감소 추세이기 때문에 내년도 쌀 생산량이 올해보다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내 쌀 재배면적은 2009년 92만4000ha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85만4000ha, 올해에는 84만9000ha까지 감소했다. 또 쌀 총 생산량 역시 2009년 491만6000t에서 2011년 422만4000t까지 줄었고, 특히 지난해는 32년 만의 최저치인 400만6000t을 기록해 쌀 자급률이 86.5%에 머물렀다.
이 과정을 들여다 보면 당연 1차산업에 대한 희망은 사라진 것이나 진배없다. 농업도 또 축산업도 이제 희망이 없어 보인다.
정권을 잡은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 물러나면 그만이고 그 아래 부처 장관들도 잘하거나 못하거나에 상관없이 물러나면 끝이다. 그 사이 무너진 식량주권은 회복할 길이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