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양도세 형평성 시비가 우선이 아니다
[충일논단] 양도세 형평성 시비가 우선이 아니다
  • 고일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3.04.1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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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이 4·1 부동산대책 양도세와 취득세 감면 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원안보다 수혜가구가 27.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주택거래가 활성화돼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양도소득세 감면 대상 기준이 ‘9억원 이하(가격기준)·전용면적 85㎡ 이하(면적기준)’에서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가구로 완화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수혜 대상 가구가 당초 268만6536가구에서 342만386가구로 73만3850가구(27.3%)가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42.9%(32만8474가구→46만9231가구) 증가해 가장 수혜폭이 컸고 신도시 34.3%(23만9892가구→32만2185가구), 경기 28.4%(122만4252가구→157만2389가구), 서울 19.2%(89만3918가구→105만6581가구) 등 순이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은 상대적으로 수혜폭이 적었다.
하지만 면적 대비 집값이 싼 지방이 대책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구제하기 위해 논의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면적 기준을 유지한 것은 여전히 형평성 시비라는 불씨를 남겨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정 협의를 통해 양도세 면제 대상이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가구로 완화하는 대신 가격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조정한 것을 두고도 의도치 않게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상된 바에 의하면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 이하’ 기준을 넘어 양도세 감면을 받지 못하는 단지가 전국적으로 30만3659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국 637만8891가구 중 5%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9만5661가구, 경기 8만3969가구, 인천 7282가구, 지방 1만6747가구다.
4월 실거래가를 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영 51㎡(전용면적)가 6억7000만원, 주공1차 41㎡는 6억7500만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84㎡는 10억8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들 단지는 3.3㎡ 4000만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지만 85㎡ 이하이기 때문에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4차e편한세상 117㎡는 지난달 7억70000만원에, 노원구 중계동 롯데우성 115㎡는 지난 2월 6억8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700~2100만원 수준이지만 면적과 가격 기준을 모두 초과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단순하게 이들 단지만 놓고 보더라도 서민 주거안정 도모를 목표로 한 정부 대책으로 보기엔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고가 주택을 소유한 부자들이 감세 혜택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면 가격 외에 굳이 면적 기준을 둬야 하는 필요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정책의 효과가 중요한 만큼 이런 위험도가 매우 큰 시기에는 조속한 대책수립과 실행이 급선무다. 그런 연후에 나타나는 부작용과 불합리한 부분은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4월들어 발표된 대책이 이런저런 이유로 한달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박근혜 대통령이 ‘마중물 효과’를 살려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말 그대로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올리려면 한 바가지쯤 필요한 물이다. ‘마중’이 오는 사람을 나가서 맞이한다는 뜻이니 마중물은 땅 속에 있는 물을 맞이하는 물일 것이다. “참 어이없기도 해라/마중물, 마중물이라니요/물 한 바가지 부어서/ 열 길 물속/ 한 길 당신 속까지 마중갔다가/함께 뒤섞이는 거래요/올라온 물과 섞이면 마중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텐데/그 한 바가지의 안타까움에까지/이름을 붙여주어야 했나요” 윤성학 시인의 ‘마중물’.
숨겨진 말뜻을 굳이 뜯어보지 않아도 하찮은 것에도 이름을 붙여줬던 우리 사회의 살가운 정(情)이 절로 묻어난다. 배려의 미학이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절박한 시기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용어로 보인다. 가계대출이 목 밑으로 다가왔고 수입이 줄었으며 상대적 물가급등으로 인한 압박이 커지는 등 대다수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은 결코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출 연체자들을 위한 금융권의 서민금융상품들은 일부 모럴 해저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삶이 고단한 이들에겐 한 가닥 희망을 갖게 할 만하다.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대출, 새출발마중물론 등 갖가지 상품 이름은 밝기만 하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4월 국회 처리 여부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는 것도 모두 이같은 필요의 절박성 때문이다. 그러니 형평성 논란으로 마중물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빼앗아가서는 안 된다.
자금 규모를 두고 슈퍼추경이라 지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세입 예산을 재조정해 세출 규모를 늘리는 등 탄력적인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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