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동성애 안 될 말이다
[충일논단] 동성애 안 될 말이다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3.04.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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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서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이번 주에 서로 다른 두 개의 표지로 발행됐다. 한 표지에서는 두 남자가, 다른 표지에서는 두 여자가 진하게 입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두 표지에는 모두 ‘동성결혼은 이미 승리했다’라는 같은 제목이 달려 있다. 2010년 약혼만 하고 결혼을 하지 못한 표지 속 두 남자의 희망은 자녀들이 “두 아빠가 결혼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40대의 두 여자는 7년 째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2011년 뉴욕주에서 법적 부부가 됐다.
타임은 이 두 개의 표지를 발행하기까지 내부적으로 격론을 벌였다. 표지 사진이 센세이셔널하고 노골적이라며 반대한 이들이, 동성부부의 입맞춤이 아름다움과 사랑을 보여준다고 주장한 찬성론자들에게 밀려 두 개 표지의 잡지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보여주듯 미국에서 동성애는 가장 진보적 이슈로 평가된다. 개인적 선호, 사회적 용납이란 논의를 지나 동성부부의 법적 지위까지 논쟁하는 진보의 속도가 가히 역사적이라 할만하다.
동성결혼 소송이 처음 제기된 1970년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 뒤 70~80년대에 미국의 각 주는 동성결혼을 금지하거나 동성애 문제에 반감을 감추지 않았다. 90년대는 언론, 예술, 광고 등 각 분야에서 동성애가 봇물처럼 튀어나왔다.
영화배우 톰 행크스가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로 열연해 아카데미상을 거머쥐었고 다국적 가구기업 이케아(IKEA)는 동성애 부부를 광고에 등장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론이 동성애에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미국의 여론과 법은 한국 사회처럼 혼인을 일부일처제로, 또 부부관계를 남편과 부인으로 나눠 명시하길 더 원했다.
2000년대 공화당은 동성애와 낙태 등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보수진영을 집결시키고 보수정권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미국을 달군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위헌 심사는 모든 상황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위헌 심리 대상 중 하나인 동성결혼금지법은 캘리포니아주가 동성결혼을 허용하자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2008년 주민발의를 통해 통과시킨 법이다. 당시에는 국민정서법이 동성결혼을 불허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위헌 심리 대상인 연방 결혼보호법은 96년 재선에 나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당시 동성결혼 찬성률이 27%에 머물자 표를 의식해 다수인 동성결혼 반대 여론에 가담한 결과였다.
그러나 언론은 이번 위헌 심리에서 나온 대법관들의 발언을 분석해 법적 논리로서 동성결혼은 합헌이란 해석을 내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동성결혼 찬성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이제 국민정서도 합헌 의견을 따르고 있다. 정치적 감이 당대 최고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발 빠르게 17년 전 자신의 결정을 공개 사과했다.
그래서 분위기상으론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오는 6월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면 6월은 아마 평등권이 도덕적 불쾌감에 최종 승리를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다.
73년 처음 동성결혼을 금지했던 메릴랜드주가 올해 이를 허용한 것에 지난 40년의 역사가 응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 독립선언문에 쓴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라는 말이 노예 폐지에 이어 동성결혼의 근거로 제시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을 것이다.
최근 한 동포는 여러 인종이 어울려 사는 미국에서 커가는 자녀들을 보며 드는 걱정이 혼인인데 그 중 동성 파트너를 데려오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동성애 문제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미국에 불안감이 밀려온다.
또한 덜컥 겁이 나는 이유는 이처럼 동성애 문제가 삶의 주변이 됐을 때 이를 법이나 도덕적 논리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성결혼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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