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 시대 청춘들에게 고함
[기고] 이 시대 청춘들에게 고함
  • 송명석 영문학 박사·충남희망교육실천연구소장
  • 승인 2013.04.30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말에 청양 화성 선산에 고이 잠드신 아버님 산소를 다녀왔다. 은혜를 새기는 봄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이, 봄이면 더 그리워진다. 그렇게 자상하시던 아버님은 유독 꽃을 좋아하셨지만 지금은 가슴에 예쁜 꽃 한 송이 달아 드릴 수 없으니….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봄날의 대지에는 젖과 꿀이 흐른다’고 표현했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땐 풀 한포기 보이지 않고 반질거리던 묘 잔등에, 도무지 새싹이 날 것 같지 않던 곳에 새순이 돋고 물이 오르고 온 세상이 파랗게 변했다.
봄날은 유난히 짧아 오는가 싶더니 가버린다. 만개했던 꽃은 떨어질 준비라도 한 듯 가는 바람에도 흩날리고 가랑비에도 일시에 떨어져 내린다. 꽃이 아름답다 한들 그래야만 열매가 맺지 않는가. 그것이 순리다.
생질인 진혁이는 나에게 각별하다. 엄마가 7살 때 세상을 떠 일찍이 새 엄마와 아빠 밑에서 경제적 곤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대견하게 잘 커주었다. 형제들이 십시일반으로 등록금을 만들어 힘을 복돋아 주었다. 유난히 총명하며 성격이 밝던 그 아이가 연세대학교에 합격해서 가족 형제들을 기쁘게 해줬다. 그런데 생질 진혁이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영원한 직장도 없고, 영원한 직업도 없는 현실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명문 대학을 다니는 네가 그런 걸 걱정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냐?”
대학만 졸업하면 그래도 평생 제 밥벌이는 책임지던 옛날 어른들의 반문도 이해되고 현재를 살아가는 생질의 심적 부담과 고민이 얼마나 클 것인지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학이 아무것도 보장해 주진 않는다. 사실 인생 무엇에나 확실히 보장해 주는 건 없다. 좋은 학벌이나, 부모의 재력은 조금 더 유리한 출발선에 서게 해줄 뿐이다. 스펙만을 쌓기 위해 여유 없이 살아가는 청년 대학생들에게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조급함도 한몫을 하고 일류대를 나오면 출세할 것이라 알고 있는 사회적 편견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다 될 것처럼 정신없이 몰아 붙이다가 막상 세상에 나오려니 현실은 캄캄하다. 젊은 청춘들이 힘들어 한다. 생생한 꿈을 꾸어야 할 젊은이들이 꿈의 부재 속에 살고 있다. 청년이 쓰러지고, 전문가가 실패하는 시대, 젊은이들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헤메는 심각한 시대이다.
아는 사람이 자동차 정비회사를 차렸는데 간판이 ‘백 프로 카센터’였다. 사장님의 성이 백씨라 백 프로, 프로처럼 잘 고쳐줄 거라고 백 프로, 일을 100% 완벽하게 한다고 백 프로라니, 그분의 철학이 재치 만점이다. 그 사장님은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했고 관심이 많아 자동차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었단다. 거대한 자동차 회사는 아니더라도 늘 휘파람을 불며 정비하는 모습에서 자신의 일을 얼마나 즐기는지가 느껴진다.
꿈은 사람의 삶을 집중하게 만든다. 국내 생식분야를 개척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인 황성주 박사는 고등학교 입학 때까지 뚜렷한 꿈이 없는 열등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고1때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으로부터 “40년 교직생활을 돌아보니 섬마을 부임 시 헌신 봉사하던 경험만이 남는다.”는 말씀을 듣고 그때 다른 세계를 보았다고 한다.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의사가 되어 슈바이처 같은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확실한 꿈을 꾸며, 뚜렷한 목표를 정한 것이다. 실제 그는 자신처럼 청소년기에 방황하는 아이들을 위해 대안 학교를 세우고, 사랑의 봉사단을 만들어 아프리카 오지, 인도, 중국 등에서 활발한 의료봉사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꿈은 삶을 탄력 있고 진지하게 만든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청춘 진혁아, 힘을 내기 바란다. 더 이상 침륜에 빠지지 말고, 네 젊음을 불태우고 싶은, 진정 가치 있다고 할 만한 꿈의 재료를 찾기 바란다. ‘보수적인 사람은 비겁하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은 복잡해도 행동이 없고, 실천이 없다는 말이다.
심리학적으로 ‘할까’와 ‘말까’가 싸우면 ‘할까’가 이긴다고 한다. ‘말까’에 머무르지 말고 ‘할까’를 실천하는 행동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꽃은 흔들리면서 핀다. 청춘은 헤매도 되고, 청춘이니까 실패해도 용납되는 것이다. 죽은 물고기는 배를 뒤집고 조류에 떠내려가지만, 펄떡이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올라간단다.
세상에 아무리 힘든 것도 지나가고 사방이 막힌듯 하나, 하늘은 열려 있다. 큰 바람을 타고 독수리가 비상하듯 청춘이라는 이유와 배짱으로 세상과 맞서보라. 그리고 세상을 향해 큰 그림을 그려보라.
생생한 꿈을 꾸면 마침내 꿈이 그 사람을 끌고 가는 법이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