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새로운 백년대계로 출범한 진잠초등학교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새로운 백년대계로 출범한 진잠초등학교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05.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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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개교 100주년을 맞은 대전 진잠초등학교를 찾았다. 진잠은 백제시대부터 진현현, 진령현, 진잠군으로 불리면서 회덕현과 함께 대전지역 향토사의 한 축을 지탱해 온 대전의 뿌리와도 같은 곳이다.
대전 유성구의 남쪽 끝에 위치한 진잠동은 유성구, 서구와 논산시, 공주시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에 진잠향교가 있다. 행정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유서 깊은 지역이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국립교육기관으로 중앙교육기관인 성균관의 하부교육기관이다. 대덕구 읍내동에 있는 회덕향교와 함께 과거 대전 지역 전통문화의 산실이자 충효교육의 산실이다.
대전에서 개교 100주년을 넘은 학교는 영화배우 김지미 씨가 나온 신탄진초교와 진잠초교, 삼성초교 정도에 불과하다. 개교한지 100년이 된 만큼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4대가 진잠초등학교를 나온 가족도 있을 것이다.
진잠초등학교가 서남부지역을 대표하는 학교라면, 대전 동부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은 1911년 개교한 삼성초등학교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문화의 역사를 전시한 한밭교육박물관이 바로 옛 삼성초교 건물이다.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건물이다.
삼성초교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의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100여 년간 지역 초등교육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6·25 전쟁 당시에는 유엔군과 북한군이 번갈아 주둔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암울했던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건물은 교육환경의 역사를 조목조목 전시해 지금은 훌륭한 체험교육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근·현대 교육사를 다양한 사료들과 함께 잘 정리해 놓고 있어서 세대를 불문하고 흥미로운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삼성초교보다 2년 뒤, 1913년 개교한 진잠초교는 한때 학생 수가 감소해 폐교 위기를 겪기도 했다. 호남고속도로의 서대전IC와 방동저수지가 위치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도농복합지역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현재 10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는 큰 학교로 다시 성장하고 있다.
100년 동안 이 학교를 거쳐 간 졸업생은 1만8000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홍선기 전 대전시장, 송자 전 연세대 총장, 조용무 전 대전지방법원장(현 변호사) 등이 잘 알려진 동문들이다.
또 교정 한쪽에는 진잠교육역사관과 학교역사보다 더 오래된 300년 된 노거수(팽나무)가 있다. 온갖 세파를 견뎌온 팽나무는 폐교 위기를 딛고, 개교 100주년을 맞는 학교의 산증인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둥치의 반 이상을 시멘트로 손질할 정도로 노쇠했으나 여전히 활발한 생명력을 갖고 교정을 찾는 동문들을 반기고 있다.
교정에는 여러 표석과 동상이 눈에 띈다. 그중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찾아내며 드높은 꿈을 향하여 나는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라는 글의 표석과 2004학년도 학부모회에서 기증한 ‘꿈을 안고 자라다오!’라는 한 가족을 묘사한 동상이 참 잘 어울린다.
“작년에 처음으로 학교에 가서,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기분이 참 좋았다. 올해 나는 아홉 살인데, 우리 학교 나이는 벌써 백 살이네, 우리 할아버지 나이보다 더 많은 우리 학교 나이, 백 살 된 우리 학교, 난 우리 학교가 너무 좋다.”는 100주년 교내 전시에서‘금상’을 받은 2학년 2반 황지영 학생의 글이다.
진잠초등학교의 개교 100주년을 마음으로부터 축하하며, 대전 시민과 함께 앞으로 새로운 백년대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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