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지태, 덕을 보기는커녕… 스타배우라는 족쇄
감독 유지태, 덕을 보기는커녕… 스타배우라는 족쇄
  • 뉴시스
  • 승인 2013.06.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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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촬영장이 감독님에게 동화됐어요”
영화 ‘마이 라띠마’의 유지태(37) 감독과 몇 마디 주고 받고 나면 출연배우가 한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말의 높낮이 없이 일정한 중저음 톤을 유지한다. 재미있는 말에도 큰소리로 웃는 법이 없다. 미소를 머금은 채 농담을 하니 눈꼬리만 살짝 처질 정도에 그친다. 점잖고 진지한 말투는 영화 얘기가 시작되자 더욱 무거워졌다. “배우 출신 감독에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만들었다.”는 말에서 중압감이 느껴졌다.
“‘영화배우가 얼마나 만들었겠어’라는 편견을 많이 받았다. 또 돈 많은 사람이 왜 투자를 받으려고 하느냐는 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말에 낙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안 된다. 나였어도 편견이 있었을 것 같다. 어차피 인지상정”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15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놓은 첫 장편영화 ‘마이 라띠마’는 이주민 여성을 내세워 소외된 계층에 초점을 맞췄다. 가족도, 친구도, 직업도 없는 외로운 남자 ‘수영’(배수빈)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결혼했다가 불법 체류자가 된 후 돌아갈 곳 없는 태국인 이주민 ‘마이 라띠마’(박지수)에게 위로를 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다.
유 감독은 이 영화로 제15회 도빌 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믿기지 않았다.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할 기회를 갖게 된 것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 내 인생의 행운”이라며 기뻐했다.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였다. 평가와 인정은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성공을 위해 영화를 만들다보면 흐름이 이상해진다. 그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
상을 탔을 때는 “최고의 극찬을 받았다.”며 흐뭇해했다. “‘너의 영화가 좋아서 우리 영화제에 초청했다. 아주 잘 찍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나라에서는 배우 출신이라는 후광도 선입견도 없다. 편견 없이 영화 자체로만 인정받은 것이다. 방문했던 영화제 중에는 ‘유지태만 상을 안 받으면 된다’는 얘기까지 들려온 것도 있다. 하지만 당연히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편견을 깨기 위해 치열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마케팅 비용도 많이 못쓰는데 상 덕분에 관객들에게 한 번은 더 영화를 홍보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흥행이 안 되더라도 차기작을 할 때 ‘장난으로 영화감독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 백도 없고 돈도 없는데 참 잘됐다.”는 마음이다.
웃으면서 조곤조곤 말하지만 유 감독은 ‘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컸다. 제작비는 4억 원이다. 홍보와 마케팅 비용을 제외한 순제작비는 2억7000만 원, 그 중 3분의 1 이상은 스태프들에게 들어갔다. 유 감독은 “하루 25커트를 넘기지 않으려고 했다. 그 커트를 넘어서면 퀄리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1억5000만원으로 40회차 촬영을 끌고 갔다.
배수빈(37)과 소유진(32)은 연기경험이 풍부하지만, 박지수(25)는 ‘마이 라띠마’가 영화 데뷔작이다. 베테랑 연기자도 쉽지 않은 태국 이주민 여성 역할을 신인에게 맡겼다.
유 감독은 “연기 컨트롤에 자신이 있었다. 지수가 재능이 있고 연기를 잘하기도 했지만 만약 지수가 아니었다고 해도 다른 매력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단지 마음 속에 연기자로서 열정이 없거나 생각 자체에 스타의식이 박혀 있으면 안 된다. 이상한 습관이 몸에 배어있으면 더 어렵다. 연기는 열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배우로서 22개 작품 경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마다 다르게 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기를 간섭한 것은 아니다. “연기자라고 해서 직접 연기를 선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본인 생각대로 연기하라고 했다. 내가 느끼는 것과 배우가 느끼는 것은 다르다. 대신 모니터 의자에 앉아서 화면을 정말 열심히 봤다.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게 많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일부러 내가 나오는 영화를 연출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출할 영화의 얘기가 분명하고 나와 캐릭터가 맞으면 연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조건을 달았다.
“할 때가 오면 할 수는 있겠죠. 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 캐릭터가 내가 배우로서 선택할 만하다면요. 그때는 제 아내(김효진)도 출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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