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아시아 축구 판도… 동아시아·호주 강세 속 중동 주춤
달라진 아시아 축구 판도… 동아시아·호주 강세 속 중동 주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무리
  • [뉴시스]
  • 승인 2013.06.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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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 이란-한국·B조 일본-호주 월드컵 본선행 확정
중동 축구 약세 장기화… ‘침대 축구’ 축구팬들 눈살

아시아축구 판도가 달라졌다.
동아시아와 호주 축구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맹위를 떨쳤던 중동 축구가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19일 오전 1시(한국시간) 열린 요르단과 오만의 경기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A조에서는 이란과 한국, B조에서는 일본과 호주가 각각 조 1·2위를 차지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A조와 B조 3위에 오른 두 팀은 아시아지역 최종 5위를 정하기 위해 플레이오프(1차전 9월6일·2차전 9월 10일)를 치른다. 승자는 남미지역 5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1차전 11월 15일·2차전 11월 19일)를 거쳐 마지막 남은 브라질행 티켓 획득에 도전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는 총 10개국이 참가했다. A조에 한국·이란·우즈베키스탄·카타르·레바논, B조에 일본·호주·오만·요르단·이라크가 이름을 올렸다.
비율로만 따지면 중동 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려 7개 팀이나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나머지 3개팀은 한국·일본·호주가 채웠다.
치열했던 조별리그 결과는 지역별 참가 팀 수와 비례하지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아시아지역에 걸려있는 4.5장의 본선행 티켓 가운데 3장은 한국·일본·호주가 챙겼다. 가장 많이 최종예선에 올랐던 중동 팀 중에서는 이란만이 살아남아 체면을 세웠다.
동아시아 및 호주 축구의 강세와 중동 축구의 약세가 장기화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며 이들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1954스위스월드컵 때부터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 시작한 한국(브라질월드컵 포함 총 9회 본선 진출)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지켜오기는 했지만 국제대회에서 만큼은 전통적으로 중동 팀들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이란·쿠웨이트·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팀들이 아시아를 대표해 꾸준히 월드컵 무대를 두드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994미국월드컵에서 16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며 아시아 축구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아시아를 호령하던 중동 축구의 힘은 2002한일월드컵 때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동아시아 팀인 중국에까지 본선행 티켓을 내주며 중동 축구의 위기를 알렸다.
2006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 본선에 오르며 다시 균형을 이루는 듯 했지만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최종예선에서 한국·북한(이상 A조 1·2위), 호주·일본(이상 B조 1·2위)이 본선행 티켓을 모두 휩쓸었다. 중동 팀들은 최종예선 전원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중동세의 몰락은 아시아권 내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 2011년 열린 제15회 아시안컵에서 중동 팀들은 모두 8강에서 짐을 쌌다. 아시안컵 4강에 중동 팀이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잘 나가던’ 시절 현실에 안주했던 것이 중동 축구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중동 국가들은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축구 행정을 통해 자국 축구의 발전을 스스로 막았다.
동아시아국가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선진 축구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유럽으로 진출시켰다. 10여 년이 흐른 현재 한국과 일본 등은 스쿼드의 절반 이상을 유럽파 선수들로 꾸릴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선수층을 확보하게 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유럽에서 선진 축구를 접한 선수들은 기량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거듭했다. 직접 유럽에서 뛰다보니 과거 외국 선수들에게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도 없다. 실력·정신적인 면에서 모두 큰 변화가 생겼다.
박지성(퀸즈파크레인저스), 가가와 신지(맨체스터유나이티드),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 등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는 아시아 선수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레 후배들의 해외 진출도 탄력을 받았다. 유럽의 체계적인 유소년 시스템을 도입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꿈나무 육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고 최근 그 결실을 얻고 있다.
반면 중동 국가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뛰어난 선수들을 해외로 내보내기보다는 막대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자국 리그에 묶어뒀다. 선수들 역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국 리그를 굳이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고액 연봉으로 영입한 스타급 선수 및 감독 덕분에 중동 클럽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이 유럽파 유망주들로 팀을 새 단장하는 사이 중동 팀들은 이렇다 할 변화 없이 제자리만 맴돌았다.
아직도 ‘침대 축구(중동 팀 선수들이 경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을 경우 일부러 그라운드 위에 쓰러져 시간을 끄는 행위)’와 같은 악습을 되풀이하며 축구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중동 팀들은 여전히 홈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홈 텃세’ 역시 국가 간 축구 교류가 활발해지며 점차 그 효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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