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出爾反爾(출이반이) : 세상에 믿을 구석 없다
[충일논단] 出爾反爾(출이반이) : 세상에 믿을 구석 없다
  • 한내국 부국장 편집국 정치행정팀
  • 승인 2013.07.0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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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믿었는데, 돌아오는 건 미미한 지원뿐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잘 해보자고 시작한 일이 마침내 막대한 피해만 양산한 채 어려움 미궁의 나락으로 접어들게 됐다.
한국이 북한과의 평화구축을 통해 상생하자며 시작한 금강산 사업도 사실상 강제로 빼았긴 데 이어 개성공단마저 그러한 지경에 이르자 나오는 탄식이다.
남북한의 경색과 대결, 냉전의 차가운 결과가 이렇게 선량한 국민과 기업들만 나락으로 몰아가면서 한재권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입주기업 긴급 대책 회의’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언론에서는 마치 정부에서 엄청난 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로 지원된 금액은 699억원 뿐입니다. 그것도 허울만 ‘지원’일 뿐, 사실상 대출입니다.”
억울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 들리는 ‘정부 지원 규모가 8000~90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 때문에 지인들로부터 걱정할 일 없겠다는 소리도 듣는다고 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심지어 최측근들 조차 정부에서 충분한 보상을 해줘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히려 왜 시끄럽게 떠드냐며 이해를 못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합니다. 많이 받아봤자 10억원입니다. 우리는 죽기 직전인데, 국민들은 우리들의 실상을 너무 모릅니다.”
기존에는 100원이면 해결됐던 일들이 지금은 300~400원을 줘도 어렵단다. 밤낮으로 일하다 쓰러져도 힘들다는 말을 못한다고 했다. 바이어들에게 어렵다고 이야기하면 떠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도 책임이 있지만, 박근혜 정부도 분명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볼모로 정치적인 논쟁을 이어왔다.”며 “당파싸움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기섭 비대위 기획분과위원장은 “지금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에 밉보일 것이 두려워 따져야 할 것도 못 따지고 애만 태우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간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 “불만있으면 북한한테 이야기하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며 향후 기업들이 해야 할 얘기는 정부에 반드시 타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비대위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 첫 단계로 4일 오전 부산역에서 ‘평화 국토대행진’ 출정식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할 방침이다.
이날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소재기업 비상대책 위원회는 정부가 10일 내에 개성공단 폐쇄 여부 등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외 지역으로 개성공단 설비를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맹자 양혜왕(梁惠王) 하편에 나오는 이야기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있다. 전국시대 추나라는 노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하였다. 추나라 목공은 자신의 잘못된 정치를 반성하지 않고, 병사들과 백성들이 결사적으로 싸우지 않아 패하였다면서 그들을 탓하였다. 가르침을 청하는 목공에게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흉년과 기근이 든 해에 추나라의 백성들 중에는 노약자들이 도랑에 빠져 죽고,젊은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는데, 그 수효가 수 천명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관리들은 왕의 창고에는 곡식과 물자가 가득 차 있었는데도 이 사실을 왕께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윗사람이 교만하여 아랫사람들을 잔인하게 대하였기 때문입니다. 증자는 경계할지라. 너에게서 나간 것은 너에게로 돌아오느니라(出乎爾者, 反乎爾者也)라고 했습니다. 백성들은 자기들이 당한 것을 다시 갚았던 것이니, 왕께서는 그들을 탓하지 마십시오”
이렇듯 정치의 품질에 따라 국민들의 충성의 질도 달라진다. 좋은 정치에는 칭송과 박수 갈채가 따르지만, 나쁜 정치에는 비난과 야유라는 보답이 있을 뿐이다.
이는 언행의 앞뒤가 서로 모순되고 신의(信義)가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지금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에게서는 우리정부를 향해 出爾反爾(출이반이)와 똑같은 배신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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