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혼란한 시기에는 어진 재상이 그립다
[충일논단] 혼란한 시기에는 어진 재상이 그립다
  • 한내국 부국장 편집국 정치행정팀
  • 승인 2013.07.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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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기 한국사회는 세계적 불황의 지속과 한율 등이 널뛰며 안팎으로 도전과 시련이 끊이질 않으면서 민생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하며 희망이 남아있지 않는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
새정부와 대통령은 이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성공적인 국가경영과 국민 안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수년 동안 지속된 건조한 생업환경은 지금을 살며 미래를 가꾸려는 한국사회에 보다 많은 인내와 비전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어느날 전직 대통령은 업무가 숨쉴 수 없이 바쁜 장관직에 있는 관료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은 현장을 가라’는 엄명을 내린 적이 있다.
대통령은 책상에 앉아 일보는 장관보다 현장에 있는 장관이라야 바른 정책을 펼 수 있는 적임자라며 이같이 주문한 것이다. 취지로야 본다면 이는 백번 옳은 일이다. 정책책임자로서 장관직 수행은 이런 일을 모두 하기에는 쉬운 것이 아니지만 정권이 말기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그 시절 그러나 누가 어떻게 현장을 찾아 지혜로운 정책을 폈는지는 평가가 없으니 장관들이 대통령의 엄명을 수행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다.
그 당시 레임덕에 걸린 정권으로부터 국회가 새로운 각료임명을 앞두고 본격적인 인사청문을 돌입한 시기여서 새 각료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사기(史記) 위세가(魏世家)에는 위나라 문후(文侯)가 재상 임명을 위해 이극(李克)에게 자문을 요청하면서 나눈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위문후가 이극에게 말하길 “선생께서 과인에게 말씀하시길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그리게 된다(家貧思良妻, 國亂思良相)”라고 하셨습니다. 제 동생인 성자(成子)와 적황(翟璜) 중 어떤 이가 적합합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이극은 문후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사항을 진언한다. 평소에 지낼 때는 그의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살피십시오.
위나라 재상이 된 사람은 바로 성자(成子)였다. 비록 문후의 동생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소득 중 10%만을 생활에 쓰고, 나머지 90%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어진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였고 어진 재상으로서도 적임자였던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엔 유능하고 어진 인재(國亂思良相)가 필요함을 가리켜 이같은 사례가 소개되어 오고 있다.
대통령의 실사구시 발언도 또 후임장관 인선을 위한 국회청문회도 당연 국민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에서 헤아려지고 있는 것이다.
민심이 이반되고 틈만 나면 내 논리가 맞다하여 정권다툼에 날샐줄 모르는 정치권의 요즘모습을 보면 이 땅에는 현자가 아예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청문회장이 마치 비리백화점을 보는 것처럼 한국사회가 지닌 낡은 부패공연장처럼 보여지는 볼썽사나운 광경이 다반사였으니 그런 모습을 학습이라도 하여 과거로 회귀하려는 발악쯤으로 보이는 것이 이상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 마음이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는 것이라지만 세상이 그런 성품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여 낙마하는 사례 역시 적지않은 현실을 보면 분명 세상이 찾는 ‘어진 인재’가 도무지 있어보이지 않는다.
불행의 시작은 각료자리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마음이 간절하지 않은 탓이 더 크다. 때문에 권력의 그늘에서 지조가 흔들리고 금전의 유혹아래서 양심이 허약해 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려진 그늘에서 드러내 보이지 않는 선행이 때마다 지면의 앞자리를 장식하는 것은 세상이 그토록 각박해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 요즘 세상이다. 어른들이 만든 ‘폭력’을 학교로 들여와 해괴망측한 모델이 만들어 지고 있고 어른들이 없애버린 그릇된 제도로 인해 자녀들의 역사교육이 엉망이 됐지만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물가걱정에 집값폭락에 허리 휘는 각박한 세상 어려움이 커지고 있지만 경제부총리는 매우 낙관적인 사실만으로 미래의 어려움을 걱정하지 말라고만 한다.
경제기구들이 세계경제를 당초 목표보다 줄이고 있지만 우리만 경제성장률을 반대로 올리고 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가계부채 등을 걱정하면서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반대로 낙관적 결론만으로 이를 채우고 있는 걸 보면서 적지않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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