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가 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기고] 누가 장애를 가진 사람인가
  • 충남일보
  • 승인 2013.09.1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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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힘든 시대, 지금 거리를 나가보면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것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최근 경찰이 추구하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바로 ‘사회적 약자보호’이다.
과연 현실은 어떨까. 얼마 전에 길거리에서 옷을 벗고 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적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30대초반의 체격좋고 얼굴이 햇빛에 진동하여 상태를 확인 후 귀가시키려는데 동네 주민들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듯이 말들을 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그랬어요 부모님도 온전치 못하시고 지적장애가 있어서 옷을 아무 때나 벗어대요”, “특별히 방법이 없어요. 시설을 보낼 수도 없고 어쨌든 어떻게 좀 해주세요” 등의 민원이 될 소지가 다분하여 빠른 시일 내에 조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였다.
어떻게 모두가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걸까? 이럴 수가 있는 걸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토록 무관심하면서 옷을 벗는다는 이유로 민원야기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맞는 걸까.
우리는 일단 귀가조치를 하기 위해 집에 방문하였다. 가보니 부모님도 지적장애가 있어 아들을 챙길 수 없는 상황으로 보였고 돌아와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팀원들과 고민한 끝에, 최근 정신지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시설에 입소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시설입소과정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이에 대한 각 기관 간 업무 협력관계도 명확하지가 않았고 이해와 도와야겠다는 진심어린 마음보다는 처리해야 하는 업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협력 기관들과 연락해 본 결과 들을 수 있었던 답변은 “부모님이 집을 가지고 계셔서 지원도 받을 수 없고 시설에 입소하려면 지적장애 등급이 필요한데 대학병원을 가야하고 몇 달간 시간이 필요하다.”였다.
같은 지적장애라고 하여도 지적장애는 가벼운 정도에서 아주 심한 정도까지 천차만별 임에도 이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입소를 시켜주겠다는 시설이 있어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로써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 많음을 알 수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250만 명 시대이다. 충청남도 내 2013년 상반기 도내 장애인 등록 현황을 보면 그수가 12만 4천 559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도전체 인구 203만 명의 6%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 ‘굿닥터’에서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아도 이제 장애인은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알겠지만 정신지체라는 용어는 오해와 차별의 소지가 있다하여 지적장애로 용어를 변경 하였음에도 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장애인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본적인 용어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
장애인들은 더 이상 보호하고 지켜줘야만 하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조차도 그들과 이야기하지 않고 보호자가 그들을 대신하여 이야기 한다. 지적장애인의 삶은 없고, 그들에 대한 말만 있을 뿐이다.
물어볼 준비도 안 되어 있을 뿐더러 물어볼 생각이 없다. 의사소통이 없다고 단정하고 그들은 치료의 대상이며,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요즘 입만 열었다 하면 TV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복지사회라는 말이다. 이제는 복지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그 통계를 볼 일이 아니라 그 안을 들여다보고 사람들의 안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복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지적장애인도 이제는 하나의 고유한 인격체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장애라는 이유로 인권침해를 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태도를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와 기관에서도 성과보다는 ‘문제해결자’로서의 역할을 더 해주어 지적장애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음지가 아닌 양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서산경찰서 동부파출소 김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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