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박인비의 ‘도전’은 진행 중
‘이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박인비의 ‘도전’은 진행 중
에비앙 챔피언십 3라운드 5오버파 76타… 공동 67위 마감
  • 뉴시스
  • 승인 2013.09.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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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를 쓰기 위한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발걸음은 크고 담대했다.
비록 초유의 한 시즌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그랜드슬램 달성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인비는 16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1·642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3라운드 최종일에 5오버파 76타를 쳤다.
최종합계 8오버파 221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컷 통과한 77명의 선수 가운데 최하위권인 공동 67위에 이름을 올렸다.
1라운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라운드에서 활약이 필요했지만 박인비의 클럽은 달아오르지 않았다. 버디 2개를 쌓았지만 더블 보기 1개를 범하며 제자리 걸음을 했고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잃으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3라운드 통틀어 페어웨이 적중률은 69%에 그쳤고 드라이버 적중률도 64%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린까지 올라오는 플레이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자랑이던 컴퓨터 퍼트도 나오지 않았다. 라운드당 평균 32개의 퍼트를 했다.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6월), US여자오픈(6월)까지 승승장구하며 시즌 3개의 메이저 대회를 힙쓴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마저 우승 사냥에 실패해 그랜드슬램(한 시즌에 4개 메이저대회 우승) 달성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박인비는 에비앙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되기 전 마지막 대회였던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터여서 여느 때보다 우승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그랜드슬램이라는 심적 부담과 함께 바뀐 코스에 대한 적응, 강풍 등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로 꿈을 접기에는 이르다. 그의 나이 이제 스물다섯이다. 그랜드슬램은 이루지 못했지만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남았다.
앞서 커리어 그랜드슬램(한 시즌이 아닌 선수 생활 동안 각기 다른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6명의 선수보다 페이스가 좋다.
여자 골퍼 중 가장 먼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미키 라이트(78·미국)는 27세이었던 1962년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33세에 일궜다.
박인비는 63년 만에 3연속 메이저 우승이라는 대기록도 달성했다. 그는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 이후 63년 만에 시즌 개막 후 메이저 3개 대회를 연달아 우승한 인물로 기록됐다.
이번 시즌 통산 6승을 거두고 있는 박인비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세운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 기록(5승·2001·2002년)도 이미 뛰어 넘었다.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19세11개월) 이후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 전까지 긴 슬럼프에 빠졌던 박인비는 올시즌 들어 6승 가운데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지 않은 만큼 기분 좋은 기록 달성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상금왕을 차지했던 박인비는 2년 연속 상금왕 타이틀을 예약했다. 현재 시즌 누적상금 217만9877 달러(약 23억7000만원)로 2위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의 143만6497 달러를 크게 앞서 있다.
지난해 아쉽게 놓쳤던 ‘올해의 선수상’ 역시 281포인트를 얻어 173포인트에 그친 루이스를 따돌리고 유리한 위치에 있다. 올시즌 목표로 올해의 선수상으로 잡았을 만큼 애착이 강했던 타이틀에 근접해 있다.
급히 먹은 밥은 체하게 마련이다. 웃자란 콩나물은 100년 만에 꽃을 피우는 소나무만 못하다. 박인비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열매보다 기다리줄 아는 인내심인지도 모른다.
그가 말해왔듯 이미 맛본 영광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3연속 우승 뒤 두 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 실패에서 얻은 경험까지 어우러진다면 높아진 세계 골프팬의 눈높이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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