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H농협, 리딩 투자은행 변신을 기대한다
[사설] NH농협, 리딩 투자은행 변신을 기대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3.12.2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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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탈락하고 그 자리에 NH농협은행이 차지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았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24일 NH농협금융을 우투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경쟁사인 KB금융지주는 탈락했다. 우투증권은 자산 기준 업계 1위다. NH농협증권은 업계 14위다. 둘을 합치면 증권업계 빅4 중에서도 단연 1위로 도약한다. 인수 본계약은 실사를 거쳐 내년 1월에 체결된다.
NH농협금융은 업종 다각화의 꿈을 이뤘다. 지금까지 은행 위주이던 포트폴리오에 증권·투자은행(IB) 업무가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이로써 NH농협금융은 신한·KB·하나·우리 등 다른 4대 금융지주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됐다. 관치 논란을 불렀던 임종룡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후 첫 인수합병(M&A) 시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정부는 M&A를 통한 증권업계 대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장기 불황 탓에 매물이 쏟아지는 지금이 증권업계의 틀을 바꿀 기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자기자본 3조원 요건을 갖춘 KDB대우·삼성·우투·한국투자·현대증권 5곳을 한국형 투자은행으로 지정했다. 이중 우투는 임자가 정해졌고 현대증권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M&A로 덩치를 키운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 요건을 2조5000억원으로 낮춰 IB로 지정할 계획이다. 지금은 60여 개 증권사가 좁은 국내시장을 놓고 다투고 있다. 우투+NH농협증권 결합은 ‘도토리 키재기’에서 대형화로 가는 첫걸음이다.
우투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아비바생명·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헐값 매각에 따른 배임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에서 보듯 헐값 시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이제 시작이다. 경남·광주은행 우선협상대상자는 곧 정해진다. 핵심인 우리은행은 내년 안에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경남·광주은행과 우리은행을 매각할 때 유사한 혼선이 일지 않도록 미리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국내 1위 증권사를 계열사로 거느릴 NH농협금융의 미래는 지금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리딩 투자은행으로서 책임도 따른다. 농협에 뿌리를 둔 보수적인 NH농협금융이 과연 국내외 민간 IB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임 신동규 회장은 지분을 100% 소유한 농협중앙회와 인사·예산권, 금융 자회사 경영 등을 놓고 여러 차례 갈등을 겪었다. 후임 임 회장도 취임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중앙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지 2년도 채 안 됐다.
진정한 금융강자로 자리를 굳히기까지 갈 길이 먼 만큼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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