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기 철도파업 ‘일단락’… 향후 전망·과제는?
최장기 철도파업 ‘일단락’… 향후 전망·과제는?
22일 만에 파업 철회, 개혁과 봉합 사이 후유증 최소화 관건

외형은 정상화, 사실상 백기투항 이끈 정부역할 앞으로 문제
  • 김인철·유승지 기자
  • 승인 2013.12.30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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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철도산업발전소위 구성 합의안 의결을 위해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승용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철도산업발전소위 구성을 합의했다. [뉴시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30일 전격적으로 파업 철회를 선언하면서 사상 최장기 파업을 기록한 이번 노사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앞으로가 더 큰 과제로 남겨지게 됐다.
일단 외견상으로는 여야 중재 형식을 빌렸지만 법과 원칙을 강조한 정부와 사측에 노조가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공공기관 개혁 가속화 가능성 커져= 이번 파업이 박근혜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시선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원칙’과 ‘무관용’을 강조하며 ‘대화’를 거부해 사실상 백기투항을 이끌었다.
정부와 코레일은 철도노조가 지난 9일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파업에 돌입한 후 유례없는 강경대응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철도파업 직후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미래 기약 못한다.”며 ‘무관용 비타협’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아래 파업 참가자 전원 직위해제, 노조 집행부 고소고발 및 징계위 회부, 노조 재산 가압류 및 손해배상청구 등이 잇따라 이뤄졌다.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철도면허 발급 중단’을 전제로 파업 철회를 제안했지만 정부는 당일 밤 법인 등기 인가와 면허 발급으로 화답했다.
정부의 강경대응이 이어지면서 노조원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코레일의 지난 27일 최후 복귀 통첩 이후 복귀자는 지난 26일 1172명(13.3%)에서 이날 오후 2시 현재 2563명(29.1%)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첫 공공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킨 자신감을 토대로 앞으로 공공기관 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부는 공공노조의 반발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개혁에 실패한 바 있다.
◇코레일 노사 관계 회복 한동안 어려울 듯= 파업에 따른 민형사·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업 참가자 징계 등 노사 간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어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코레일은 파업 철회와 별개로 이번 파업과 관련한 피해 및 불법성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지난 28일 “파업 시작 후 경찰에 고소된 간부 191명 중 해고자 45명을 제외한 145명과 파업을 기획, 주도, 파업독려, 복귀방해 활동을 한 노조 지역별 지부 간부 345명 등 490명을 중징계를 전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음주 초 25명이 우선 징계위에 회부된다.
코레일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 보전 등을 이유로 116억원 상당의 철도노조 재산을 가압류 신청하는 한편, 파업 책임을 물어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를 상대로 7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내놓은 상태다. 가압류 금액과 손해배상액은 향후 늘어날 전망이다.
파업 철회로 협상력이 떨어지게 된 노조가 내부 조직결속에 주력하고 사측도 맞대응 할 경우에는 또 다른 갈등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당분간 대결구도가 풀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국토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파업 참가자들이 이날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열차 정비와 업무 적응 등에 최소 2~3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파업 불참자와 노조원과 노(勞)-노(勞) 갈등 등을 고려할 때 코레일이 100%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노조원이 북귀하는 대로 ‘안전복귀 프로그램’과 ‘집단따돌림 보호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국민 여론 파악못한 장기 파업 물류대란·승객불편도 발목= 파업 장기화로 인한 물류대란과 승객 불편 등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된 점도 철도노조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22일 파업으로 인한 코레일 영업 손실은 196억 원(여객 105억8900만원, 화물 77억8400만원)이 넘는다는. 산업계·물류업계 2차 피해, 승객 시간·비용 손실 등 사회 손실액은 1조원에 달한다. 때문에 막다른 길에 몰린 철도노조가 파업 철회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철도노조의 파업 장기화에 대해서는 정부의 ‘소통부재’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국회 소위를 계기로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향후 계획 변동없나= 민주노총 또한 철도노조 파업철회와 상관없이 총파업 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이날 긴급 투쟁본부대표자회의를 소집해 내부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추후 공식입장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8일 서울광장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퇴진, 민영화 저지, 철도파업 승리를 위해 총파업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해 총력 투쟁 태세를 갖추겠다.”는 방침을 내보였다.
이에 31일과 내년 1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잔업특근 거부 투쟁을 진행하고 매주 토요일에는 전국 동시다발적인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또 이같은 투쟁은 1월 9일 2차 총파업 결의대회와 1월 16일 3차 총파업 결의대회,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기인 2월 25일에는 범국민적 투쟁인 ‘국민파업’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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