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잃어버린 한국 경제
[충일논단] 잃어버린 한국 경제
  • 고일용 경제부장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4.03.06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경제의 전환기에서 급속히 성장 동력을 잃고 있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 처방과 우리 경제 모든 분야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을 담고 있다.
공공기관과 재정·세제 개혁을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를 축으로 한국경제 성장엔진 가동, 규제혁파와 서비스산업 활성화 및 소비여력 확대를 통한 내수기반 확충 등 정부가 정한 경제혁신 목표는 표현만 달랐을 뿐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를 걱정한 모든 사람들이 주문해온 경제회복 과제들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의가 없다. 지금 한국 경제는 잃어버린 20년으로 회자되는 일본에 비유될 만큼 저성장의 늪에 빠져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6000달러인 데 비해 우리는 아직 2만2000달러에 머물고 있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지난 정권에서도 수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밀려 포기했다는 점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이에 좋은 예가 10년 넘게 찬반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법인약국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경제를 활성화하고 약국 이용을 편리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1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설립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이 약사회 정기총회에서 “법인약국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플래카드 떼도 될 것 같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비슷한 언급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상 법인약국은 또다시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골목마다 있는 약사들이 지역여론을 주도하는 현실을 국회의원들은 무시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지난 정권도 규제개혁을 표방했고 규제일몰제, 규제총량제, 규제개혁위원회 등 여러 가지 대책이 나왔지만 아직도 규제개혁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규제에는 그 나름대로 논리가 있고 규제로부터 득을 보는 계층이 있는 한 이를 깨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들은 그동안 규제개혁이라는 소나기를 피하는 노하우까지 갖추고 있으니 만만히 상대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라고 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정책을 내려고 애쓸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하지만 그동안 추진이 미진한 정책을 혁신적인 방법으로 실천하려는 계획을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혁신이라는 방점을 정책 입안보다는 정책 실천에 둬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각오보다 3년 내에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지난 정부처럼 하다가 중단하면 그만큼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냉소만 듣게 된다. 따라서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의 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정책은 처음부터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의 좋은 예가 공기업 민영화다. 공기업 개혁의 최종 목표는 물론 민영화다. 그러나 민영화라는 프레임에 잘못 갇히면 공기업 개혁은 시작도 하기 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경제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정무적인 판단도 중요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공 여부는 국민의 의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구체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 몇 퍼센트 달성이라는 경제지표만 갖고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없다. 체감경제라는 과실이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정치권과 노조 등 기득권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제대로만 추진된다면 3년 후 국민소득 4만 달러, 고용률 70%, 잠재성장률 4%의 ‘474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기대감도 가질 만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