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복의 孝칼럼] 아들의 자살
[최기복의 孝칼럼] 아들의 자살
  •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성산 효대학원 교수
  • 승인 2014.03.06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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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안부 전화였다. 의례적인 아들의 전화일 경우라도 우리 부부는 아들의 전화를 받는 날은 가슴이 뛰고 숨이 막혀 오곤 했다.
작전 중 실종되었다는 보도가 지면을 채우는 일이나 전투소식이라도 전해들은 날은 아들의 안위 때문에 펜타곤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는 일도 있었다.
아들의 목소리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는 듯 했다.
동료 병사가 작전 중 오른쪽 팔과 다리에 파편을 맞아 절단하였단다.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데 그는 고아원 출신으로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거두어 줄만한 친척도 없고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아갈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제대하고 집으로 돌아 갈 때 함께 갈수 밖에 없으니 그런 줄 알고 준비를 해달라고 하였다. 아들의 전우가 부상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인데 아들은 그를 돌봐 달라고 한다.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어서 아들의 부탁을 거절한 일은 거의 없었다. 께름칙하긴 했어도 거절한 일은 잘한 일이라고 자위하면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라가 책임져야 할 일을 우정이라는 이유로 너와 우리 부부가 감당하기엔 무리다. 남은 복무 기간 몸조심하기를 빈다. 제대를 쏜꼽아 기다렸다.
성장한 아들이 현관문을 들어서면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떻게 포옹해줘야 할까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대하는 날 오후에 급전이 왔다. 아들이 자살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누워 있는 병원으로 날아갔다. 아들은 흰 시트에 덮혀져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시트를 걷어내는 순간 아내는 현장에서 기절을 하였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은 오른쪽 팔과 다리를 절단 당한 상태에서 목숨을 끊은 것이었다.
아들의 전우가 아니라 아들이 팔과 다리를 절단 당하고 혼자서는 살아낼 것 같지 않은 미래 부분을 부모에게 부탁하였던 것이었다.
아들의 우회적 부탁을 거절한 것이 아들에게 자살을 결심하게 한 셈이다.
자식이 부모의 가슴에 무덤을 파고 자신이 무덤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패륜이란 자식이 부모를 극살하는 것이거나 인간으로서는 행할 수 없는 불효행위를 말한다. 부모 가슴에 무덤을 파서 주인이 되는 행위는 부모 극살과 동격 아니면 그보다 더한 패륜이고 불효다. 한해에 1만6000명 이상의 자살자들은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짓임을 알고 있는지?
자살은 금기 중 금기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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