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복의 孝칼럼] 효행의 평가자는?
[최기복의 孝칼럼] 효행의 평가자는?
  •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성산 효대학원 교수
  • 승인 2014.03.20 1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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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효자와 시골에 사는 효자가 있었다. 동년배의 두 효자는 홀어머니를 섬기는데 지극정성이었다. 다만 서울 효자는 부자였고, 시골 효자는 막일꾼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 가는 정도였다.
서울 효자는 어머니의 용돈에서부터 입는 것, 드시는 것, 생활환경을 조성하여 드리는 것까지 흠잡을 데 없이 최고였다.
시골 효자는 대조적으로 어머니를 위해 해드리는 것이 없었다.
헌데 중요한 것은 서울 어머니와 시골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서울 어머니는 늘 효자 아들에 대하여 불만을 표하였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아들이 보기 드문 효자라고 칭송이라도 할 냥이면 어머니는 그런 효자는 바보라고 오히려 싸늘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이와 반대로 시골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은 이 나라의 최고 효자라면서 아들이야기만 나오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이 즐거워했다.
이 소문은 서울의 효자 귀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그는 한수를 배울 양으로 시골 효자의 싸리문 밖에 숨어서 아들의 효행을 관찰하기로 했다. 저녁 일터에서 돌아온 아들을 본 어머니는 버선발로 내닫는다. 아들을 감싸 안고는 아들을 뜰마루에 걸터앉게 한다. 언제 준비하였는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세숫대야를 토방 위에 갖다 놓고는 아들의 양말을 손수 벗기더니 아들의 발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씻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뿐 아니라 어머니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에잇, 호래자식! 저런 놈이 무슨 효자라고? 숨어있던 서울 효자가 분기탱천하여 벌떡 일어 났다. 이를 발견한 시골 효자 “당신 누구요?”
“알 것 없소, 당신이 효자라고 당신 어머니 자랑이 서울까지 전해 올라와서 당신에게 효행 한 수 배우러 왔다가 추한 모습만 보고 가오. 당신 같은 사람이 효자라니?”
상황을 알게 된 시골 효자는 서울손님을 집안으로 불러들인다.
나는 내입으로 내가 효자라고 한 일이 단 한 번도 없소. 보시다시피 내가 하루하루 품을 팔아 겨우 연명하는 주제에 난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하고 있소.
다만 나 어릴 적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나 하나 키우는 재미로 사셨소.
어렸을 적 내가 밖에 나가 썰매를 지친다거나 흙장난을 치고 돌아오면 어머니는 내 옷을 벗기고 따뜻한 물로 나를 씻기곤 하셨지요. 그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으시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장년의 나이가 되어도 제가 어머니를 위해 한 일도 없고 크게 할 일도 없습니다.
그 죄송스런 마음으로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라도 지켜 드려야 하겠기에 서울 손님 계신 줄도 모르고 실례를 범했소이다.
서울 효자 앉은 자리에서 코가 땅에 닿도록 큰절을 한다. 잘 배웠습니다.
호의호식을 시켜드리는 것만이 효라고 착각했던 서울 효자, 어머니의 낙을 지켜주려는 시골 효자. 효행에 있어서 어디에 가치를 두어야 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공급자의 판단보다 수혜자의 판단을 중요시해야할 것으로 사료된다.
효행의 평가는 수혜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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