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라야…
[충일논단]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라야…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05.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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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 또다시 후진적 인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사와 선원이 물욕에 눈멀어 승객을 헌신짝 취급했고 지하철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한 순간의 무심한 대응에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이런 기본기의 실종을 되돌아 보면 원칙이 함몰된 우리 사회의 낡은 적폐를 본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돌이켜 보면 세월호 참사 원인은 21년 전 대형참사인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와 비슷하다. 서해훼리호가 남긴 기본에 가까운 교훈만 잘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선사와 선원은 배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당사자들이 지만 일반상식에 가까운 기본 규정들이 지켜지지 않는 바람에 대형 참사가 난 것이다.
서해훼리호는 1993년 10월 10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 앞바다를 운항하다가 침몰, 292명이 사망했다. 악천후 속에 정원(221명)을 훨씬 넘은 362명을 태우고 출항했다가 회항하려고 배를 돌리다 운항 미숙으로 침몰했다.
서해훼리호 선체 합동조사반은 1993년 11월 내놓은 ‘서해훼리호 전복 침몰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선박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적·과승에 대한 엄격한 행정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월호도 구조변경을 하면서 한국선급이 권고한 사항을 지키지 않고 화물을 과적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를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해운조합, 해경,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두 선박 모두 ‘운항 미숙’이 사고 원인의 하나다. 우리 주변 바다에는 이런 함량미달의 배들이 생명을 실어나르며 부지기수로 떠다니고 있다. 한마디로 시한폭탄이다. 낡은데다 문제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들이 항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직대통령과 정부다.
전작대통령과 그 시기 정부는 배나이 20년을 30년으로 연장시켰다. 그 결과 세월호 사고이후 즉시 실시된 예고된 안전점검 결과는 참혹하가. 사실상 예고된 점검이었는데도 비상훈련, 인명구조장비, 차량과 화물 고정상태 등에서 40가지 문제점이 쏟아졌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국제여객선들도 노후화가 심각하다. 부산∼일본 4개 항로에 7개 선사가 여객선 13척(카페리 4척, 쾌속선 9척)을 운항하고 있는데 선령이 20년 이상인 선박이 8척(61.5%)이나 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월호 사고가 터지자 정부는 수없는 대책을 봇물 쏟듯이 내놓았다.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 구성, 여객선 승선권 발권 전면 전산화,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 한국해운조합과 분리, 여객선 정원 늘리는 구조변경 금지, 여객선 블랙박스 탑재 의무화 등등… 백화점식 대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해양전문가와 해운업계 관계자 등은 이런 뒷북 대책보다 기본에 충실한 안전관리 강화와 근본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해양사고를 막는 데 필수적인 기본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안여객선 안전기준을 국제여객선 수준으로 강화하고 영세한 여객선사에 보조금을 주는 등 공공성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다. 일본에서 20년 넘게 운항한 중고선박을 우리나라 연안여객선으로 도입하는 관행도 끊어야 한다.
일본처럼 선사가 새 배를 지으면 80% 이상을 공기업에서 대출해 주는 등 지원도 크다. 그런만큼 정부가 연안여객선사 지원에 나선다면 선박 선령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전국책 초책에는 기원전 4세기 초, 중국의 전국시대 초나라의 선왕(宣王)이 위(魏)나라 출신의 신하인 강을(江乙)에게 북방 강대국들이 초나라 재상(宰相)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 하는 이유를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강을은 여우와 호랑이의 고사를 인용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즉, 짐승들이 두려워 한 것은 여우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던 호랑이였다는 것이다. 이는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선왕의 강병(强兵)임을 비유한 것이었다.
이를 비유한 말이 호가호위(狐假虎威)다. 이는 아무 실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의 권세나 배경을 빌어 위세 부리는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여우 같은 사람과 여우의 잔꾀에 속아 넘어간 눈먼 호랑이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전에 없이 뒤숭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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