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진짜 일꾼
[충일논단] 진짜 일꾼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05.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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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 이 표현은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지방자치 일꾼을 뽑는 현 주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그러나 한 켠에서는 위기로 또 한 켠에서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지방자치제도의 중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가운데에는 세월호 참사가 자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국민들의 참담함과 자괴감이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나타나 아예 투표를 하지 않아 지방자치의 존재 자체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위기다. 반면 기회를 보는 시각은 이번에야말로 애도 분위기 속에 조용한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과거처럼 소란스럽고 보기 민망한 선거가 아닌 후보들의 정책을 비로소 알릴 수 있는 정책선거가 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선택이 바로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있다는 점이다. 위기를 보는 것도 또 기회로 보는 것도 순전히 이번 선거과정에서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어렵게 출발한 지방자치제도의 성패가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난다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화두는 안전이다. 세월호 참사로 여야 모두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여야는 안전강화를 중심 내용으로 한 공약을 내놓았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세월호 참사로 급히 공약을 만들다 보니 내실은 없고 구호성 정책을 남발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공약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진실성을 유권자가 찾아보아야 한다.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선심성 복지 공약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65세 이상 독감예방 접종비 전액 지원, 사회복지 공무원 5000명 증원을 제시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에 질세라 보호자 간병이 필요없는 환자안심병원 도입, 공공부문 최저임금 인상을 내놓았다.
통합 청주시장 후보는 초·중·고·대학생을 위한 무상버스 운영을 들고 나왔다. 하나같이 귀가 솔깃한 공약이다. 하지만 예산이 얼마나 들어갈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나라살림은 정치권이 무책임하게 쏟아낸 복지공약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상급식 공약에 따른 파행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에 돈을 대느라 전국의 지자체 재정은 휘청이고, 학교 현장에서는 위험한 건물과 시설의 개·보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무상 포퓰리즘’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은 나라살림 주름살을 늘릴 뿐이다.
여야는 현실성 있는 공약과 페어플레이로 유권자 심판을 받기 원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표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사탕발림 구호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이 승리만을 위한 허구때문이다.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없는 차분하고 공정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정치권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하는 것도 유권자가 해야 할 일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는 상호비방과 흑색선전을 줄이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이는 후보자의 경우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를 실천하겠다며 네거티브 없는 선거, 유세차 없는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선거 붐이 일지 않아 무관심이 지속될 경우 유권자들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 공약에조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선거는 선택이며, 선택은 충분한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한다. 공약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경우 묻지마식 투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의 능력과 정책에 관계없이 영남에선 새누리당, 호남에선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무조건 찍는 것은 최악이다.
지방선거에서 뽑는 단체장과 의원은 주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다.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들이 당선 후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꼼꼼히 따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책선거를 강조하는 이유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 주요 정당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난 지 한 달을 넘기면서 상대 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년을 맞은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정착했다고 장담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경제와 산업을 일으키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성적표를 매겨보라면 거의 낙제에 가깝다.
주민 서비스가 돼야 할 지자체 행정은 온통 정치판에 오염되고, 사기와 협잡꾼이 들끓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20년 간 형사처벌된 자치단체장만도 105명에 이르고, 해마다 단체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지역이 있을 정도다.
지방의회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지자체 감시는 뒷전이고 비위는 갈수록 늘어난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당선 후 자신의 이익을 좇아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량을 가장한 탐욕의 도구로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로 비일비재하다.
본회의가 열려도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 행사를 쫓아다니기 바쁘면서, 연간 5000여 만원이 넘는 의정활동비는 꼬박꼬박 챙겨간다. 더구나 임기 중 비위로 형사처벌된 지방의원이 1230명에 이를 정도다. 감시할 자나, 감시받을 자가 한통속이니 의원 배지가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 유권자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하려면 후보와 정책을 꼼꼼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후보와 정책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세월호 정국의 와중에 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유권자들이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이번 선거 분위기를 차분하게 유지면서도 정보 제공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6·4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비로소 지방자치제도를 바로 볼 수 있는 더 없는 기회다.
그런만큼 이번 선거는 진짜 일꾼을 가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투표는 반드시 하도록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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