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투표권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기고]“투표권의 소중함을 인식해야”
  • 이재호 혜전대학교 총장
  • 승인 2014.05.26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년 6월 4일은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어떤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마음의 결정을 했는지 궁금하다.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어서 혹은 정치에 무관심해서, 아니면 선거가 아닌 다른 일정으로 인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한 분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표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행사하는 한 표’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 국가들의 경우, 국민들에게 투표권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피 흘려 얻어낸 정치적 투쟁의 산물이다. 특히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근대 민주주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영국도 1928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 남녀 모두가 투표권을 갖는 진정한 의미의 보통선거가 시작되었다.
영국 여성참정권 운동 역사에 가장 대표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아마 에밀리 데이비슨의 사건일 것이다. 1913년 6월 4일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더비 경마대회 진행 중 여인 한 명이 당시 영국의 국왕 조지 5세의 말인 앤머 앞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바로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 에밀리 데이비슨이었다. 에밀리 데이비슨은 이 사건 전에도 여성 참정권운동을 하다가 여러 차례 체포된 적이 있었는데, 말에 짓밟히는 사고를 당했을 때도 그가 입고 있었던 코트에는 여성참정권 운동단체인 여성사회정치동맹(WSPU)의 깃발이 그려져 있었다.
에밀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는 않았지만, 병원으로 이송되어 사흘 만에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에밀리의 죽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영국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영국과 비교에 불과 20년 차이인 1948년에 남녀 모두 선거권을 갖는 보통 선거가 시작되었다.
우리 대한민국도 선거에 대한 아픈 역사가 있다. 1974년 유신 헌법으로 출범한 제4공화국부터 제5공화국 시기인 1987년까지 13년간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 하고 요식행위인 간접선거로 국가의 원수를 뽑아야 했던 암울한 역사가 있다. 또한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도 오랫동안 시행되지 못하다 1995년에서야 지방선거가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70~80년대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군부독재의 탄압 속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투쟁하고 희생되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암울한 시기를 넘어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여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나아가고 있고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많이 있다.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전이 이루어지려면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을 지지하거나 심판하는 과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투표를 공기에 비유하고 싶다. 평소 지구상에 널려있어서 그 존재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만약 공기가 없다면 이 세상 생명체 모두가 생명을 잃을 것이다. 투표권도 이와 같은 것이다. 가지고 있을 때에는 당연한 권리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투표권이 없다면 이전 세대가 겪었던 전제정권이나 군부독재의 아픔을 다시 겪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당연한 권리인 투표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를 갖기를 바라며,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란다. 

이재호 혜전대학교 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