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선거 이대로는 안된다
[충일논단] 선거 이대로는 안된다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06.04 1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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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20년을 결산하면서 6기 민선시대를 준비하는 선거가 치뤄지면서 우리는 또 다른 참담함을 맛보게 됐다.
이번 선거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제를 첫 시행하면서 10%가 넘는 투표결과물을 통해 60%를 넘어설 것으로 확신과 기쁨에 들떠 시작됐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때문에 60%의 투표율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마의 60%’라는 신조어마저 만들어지게 됐다. 정부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데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였을 것이다.
참사가 발생했지만 단 한명의 생존자를 구해내지 못한 무기력한 정부에 대한 충격과 함께 전혀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야당에 대한 불신이 투표장을 나가지 못하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이번 투표 역시 무관심이 국가적 행사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그랬다. 가장 무서운 것은 ‘지적과 불평’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했다.
아예 하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인데 이는 기억으로부터 지워진다는 뜻이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말든 나와는 상관도 없고 의미도 없다는 뜻이다.
인간사회에서 가장 큰 충격은 이런 무관심의 사회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번 투표울과 관련 선관위는 사전투표로 사실상 선거일이 사흘로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해 5%포인트가 더 오르며 투표율 60%선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투표율과는 동떨어진 예측으로 끝나게 됐다.
일각에서는 사전투표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투표를 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안한다는 해석마저 내놓고 있다.
애초 일부에서는 여야 박빙 구도가 이어지면서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의 선거 참여 욕구를 자극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더 컸다는 분석이다.
낮은 선거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당선자는 나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처럼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지자체장이 얼마나 국민들의 대표성을 가질 지 의문이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20년. 이런 참담한 과정을 거쳐 당선된 지자체장에게 지방살림을 잘 해 달라고 부탁하기에 좀 머쓱하다. 자칫 권한만 크고 통제장치가 없는 지자체장이 교만해 지기라도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면면을 들여다 보면 세월호 참사의 원흉이 된 유병언 일가의 잘못이 지탄을 받고 있다. 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안전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로 이어져 왔나를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국민들이 느꼈을 충격은 구조과정에서 보여 준 형편없는 시스템이었을 것이지만 정작 내 자신이 그 구조에 들어있는 구성원중 하나라는 사실에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공포감은 그러나 어이없게도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여당에게는 ‘박근혜’만 있고 야당에게는 ‘세월호’만 있었다.
정작 정당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소속된 정치인도 보이지 않는 그론 선거과정이었다. 때문에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서 대신 그들 정치권에 경고를 보낸 셈이다. 그 나물에 그밥이다.
정부가 잘못해 왔고 입법권을 쥐고 호령하는 너희들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무관심이라면 이는 존재가치 자체를 부정한 것이니 우리 정치권이 선거를 통해 민심의 이같은 뜻을 잘 헤아려 주길 촉구한다.
한비자(韓非子) 대체(大體)편에는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현명한 군주는 지혜로써 마음을 더럽히지 않으며, 사리를 추구함으로써 몸을 더럽히지 않는다. 또한 법술에 의해 국가의 어지러움을 다스리고 상벌에 의해 시비를 분별하며, 저울에 의해 물건의 경중(輕重)을 분명하게 하고, 그리하여 하늘의 법칙에 역행하지 않으며 사람의 본성을 상하게 하지도 않는다.
터럭을 불어 남의 작은 흠을 찾으려 하지 않으며(不吹毛而求小疵), 때를 씻어 알기 힘든 상처를 발견하지 않는다(不洗垢而察難知)는 것이다.
참사에 이어진 지방선거의 과정을 들여다 보면 한비자의 얘기가 너무 들어 맞는다. 이는 입으로 털을 불어가며 혹시 보이지 않는 곳에 작은 흠이라도 없는지 살피는 야박한 행동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구하기와 국민 구하기’로 맞섰던 지방선거, 그러나 국민들은 말한다. 털을 헤치고 벼룩(?)이라도 잡아 씹어 보려는 원숭이의 모습은 더 이상 국민을 위한 것도 아니며 단지 자기들 세상의 이득만을 위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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