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4대강과 큰빗이끼벌레
[충일논단] 4대강과 큰빗이끼벌레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4.07.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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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건설과  관련해 공과를 가리는 논쟁이 뜨겁다.
대표적 논쟁거리는 환경과 관련한 생태계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큰빗이끼벌레의 등장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생명체라도 발견된 듯 앞 다퉈 지면을 메우고 있다.
이 벌레 때문에 곧 우리의 하천이 잠식되어 버릴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 벌레는 무해하다는 주장을 펴는 학계의 주장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 등 목소리가 다양하다.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학계의 목소리를 정리해본다.
큰빗이끼벌레로 대표되는 태형동물(이끼벌레류)은 1941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전국에서 발견돼 왔다.
태형동물은 우리 주변에서 ‘휴면아’ 형태로 잠자고 있다가 생육조건이 맞을 시 발아하여 군체로 성장한다. 휴면아는 겉은 딱딱한 키틴질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는 세포덩어리를 포함하는 태형동물의 특수 구조를 말한다.
과거에도 해파리와 같이 징그러운 모습 때문에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 벌레가 최근에 급증한 것은 맞다. 이유는 뭘까. 과거의 사례를 비추어 볼 때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에 있다 하겠다. 큰빗이끼벌레는 1994년과 2001년, 2004년의 봄여름철 갈수기에 대청호와 충북 옥천의 보청천 등지에서 지금처럼 많이 발견됐다.
올해는 6월 말에 시작되었어야 할 여름장마가 유례없이 지체돼 27년 만에 가장 늦게 찾아왔다. 그마저도 이렇다 할 큰비를 뿌리지 못하고 있다.
5, 6월의 충청지역 강수량은 평균 45mm로 평년 98mm의 46% 수준이며, 이로 인해 예당호와 탑정호 등 주요 저수지의 저수율이 30% 수준으로 말라붙어 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이상고온으로 태형동물 휴면아의 발아 시기와 속도가 빨라지고, 가뭄으로 물의 정체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동성이 없는 이 동물들이 쉽게 수면 밖으로 노출되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에 따른 정체수역 증가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과 무관한 북한강 상류나 기존의 댐 저수지 정체수역에서도 최근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그 책임을 4대강 사업으로만 몰아붙일 수는 없다.
과연 이 벌레의 등장이 이렇게 온 국민을 불안감에 떨게 할 정도로 중대하고 큰 사건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환경부가 밝혔지만 독성이나 수질 오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는 과거 여러 차례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발표되기도 했다.
오히려 이 벌레는 맑은 물에서도 서식하고,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온라인 생명백과사전(eol.org)에 따르면 벌레들이 유기물을 섭취해 일시적으로 수질이 향상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다만 흉물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겉모습만 보고 무조건 위험하고 독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천 생태계의 변화와 태형동물의 생태에 대한 현재와 같은 관심과 문제 제기는 있어야 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운 일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올해 같은 갈수기에 일시적으로 일어난 환경 변화를 장기간의 축적된 자료 없이 확대 해석하고, 그 원인을 성급하게 찾고자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우기를 거치고 기온이 낮아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 벌레는 다시 휴면아 형태가 되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생육조건이 맞는 시기가 오면 또다시 군체로 성장하여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큰빗이끼벌레는 휴면아 형태로 그동안 늘 우리 곁에 있었으며 어느 생명체에도 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생활사를 반복,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자연스러운 반복이 또한 생태계의 한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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