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쌀 시장 개방 대의를 존중하길
[충일논단] 쌀 시장 개방 대의를 존중하길
  • 서세진 부장 당진주재
  • 승인 2014.07.22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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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쌀 시장 개방 여부를 두고 20년간 고심해 오다 마침내 2015년 1월부터 쌀 시장을 전면 개방키로 하였다.
지난 1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하고 산업의 미래를 위해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며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한 쌀 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쌀의 무차별 유입을 막기 위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향후 이뤄질 각종 협상에서도 고율 관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이에 대해 야당과 농민단체는 물론 일부 지자체에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정과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전국농민회총연맹과 가톨릭농민회 등은 삭발투쟁과 함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쌀에 대한 관세 예외가 인정돼 1995년초부터 올해말까지 20년간 두차례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다시 올해 기한이 만료돼 우리 정부는 9월까지 관세화 종료 여부를 WTO에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쌀 시장 개방을 반대해온 농민단체 등에서는 다자차원에서 쌀을 덜컥 관세화해놓으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환 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이나 한-중 FTA 등에서 수세에 몰려 쌀마저 관세철폐 품목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 WTO에서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오히려 가장 많은 교역장애를 유발하는 품목으로 지목돼 FTA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개시된 한-미 FTA협상에서 미국 측은 쌀을 중점협상 대상으로 지목했고 한국은 미국이 끝까지 개방을 거부해온 연안 해운 분야에 특혜를 주며 맞교환 형태로 쌀 품목을 제외시켰다.
따라서 쌀 시장 개방 문제는 FTA 이슈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평가해 결정해야 하며 세계 무역질서을 고려해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높은 관세를 매겨 수입을 억제한다 해도 결국엔 쌀 시장 전면 개방이 우리나라의 농업 기반을 무너뜨려 끝내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국 10여 개 정부양곡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살 재고는 50만톤에 이른다. 축구장 100개 넓이의 창고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2008년 9만톤에서 2010년 18만톤 2012년 30만톤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의무 수입 물량 40만톤은 아직 들여오지도 않았는데 전국의 비축기지엔 남는 공간이 거의 없다. 국민 식생활의 질이 좋아지고 있는데 의무 수입 쌀은 품질이 나빠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말에 의하면 1주일에 세 번 경매를 하고 있지만 대규모 식당에 쌀을 공급하는 도매업체조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이 넘쳐나고 있는 수입쌀 재고는 국내 쌀 농가에도 큰 부담이다. 음식문화의 서구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쌀 시장 개방 유예로 의무 수입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쌀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만약 시장 개방을 또 연기하려면 앞으로 2024년에 가서는 매년 80만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며 이는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1/5에 육박하게 된다. 아무튼 우리 정부는 이러한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하고 결국 유예보다는 개방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이러한 선택이 국가 이익에 더 근접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쌀 시장 개방 문제는 늘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도권을 가진 정부 입장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했는지 우선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문제의 핵심은 국익과 농민 보호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를 찾는 것인만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물론 농민단체들도 가장 먼저 대의를 존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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