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뷰] 이야기가 없다, 횡설수설 코미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리뷰 [리뷰] 이야기가 없다, 횡설수설 코미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 뉴시스
  • 승인 2014.08.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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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포스터가 비장하다. 그러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다. ‘코미디’ 영화다.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가 기대에 못 미치고, '명량'(감독 김한민)이 안 그래도 더운 여름밤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해적’의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한바탕 웃고 나올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한 계절이다.
웃음만을 주려고 했다면 135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는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해적’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많은 영화다. 해적과 산적과 조선수군이 옥새를 삼킨 고래를 찾으러 바다로 간다는 설정에서 대규모 해상 전투를 예상할 수 있다. 이야기의 매개체가 고래인데 고래가 빠질 수 없다. 고래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어떻게 구현했을지도 궁금하다. 손예진, 김남길, 유해진, 이경영, 오달수, 김태우, 박철민, 신정근, 김원해, 정성화, 조달환, 설리 등이 어떤 연기를 했을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유머, 액션, CG,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이야기다. 해적과 산적과 조선수군과 고래가 뒤엉키는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내느냐가 영화의 핵심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이 비판받는 지점은 폭파와 파괴만을 보여줄 뿐, 이야기를 쌓아올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이유는 결국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적’에는 이야기가 없다. 이 영화를 하나의 건축물에 비유한다면, 좋은 건축 자재를 잔뜩 가져다 놓고 기둥도 채 세우지 않은 채 집을 짓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다.
조선의 옥새를 싣고 오던 배와 고래가 바다 한가운데서 부딪힌다. 옥새는 고래 뱃속으로 들어간다. 조선수군은 옥새를 찾기 위해 해적을 동원한다. 산적은 금은보화를 노리고 옥새를 찾아 바다로 간다. 조선수군도 또 다른 해적을 이용해 바다로 뛰어든다. 바다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다.
유치함과 식상함을 참아낼 수 있다면, ‘해적’의 코미디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문제는 이 영화의 이야기다. ‘해적’은 에피소드를 나열하면서 판을 벌이고, 급하게 봉합해서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취한다. 관객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콩트를 이어붙이는 데 러닝타임의 80%를 할애한다. 나머지 시간은 이를 수습하는 데 사용한다. 그래서 사건은 있는데, 서사는 없다. 뭘 봤는지 알 수가 없다. 허탈한 코미디다.
코미디 영화가 관객을 웃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단순히 웃음을 주기 위해서 순제작비 135억 원을 써야 했을까. 이석훈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보다 ‘해적’이 재밌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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