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용 칼럼] 쌀관세화 허용한다고 쌀시장 지켜질까
[박해용 칼럼] 쌀관세화 허용한다고 쌀시장 지켜질까
  • 박해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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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개방에 맞서 쌀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관세화를 허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어서 개방하는 것이 맞다는 정부주장과 관련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입장은 이렇다. “쌀 수출요? 사실상 없었다고 봐도 됩니다. 우리는 시장을 닫아 놓고 있는데 어떻게 수출전략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쌀 수출 전략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며 “내년부터 쌀 관세화(시장 개방)가 개시되면 쌀 수출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이 쌀을 수출한 실적은 고작 410만 달러(약 42억 원), 1754t이었다. 쌀 생산량이 지난해 423만t인 점을 감안하면 0.04%에 불과하다. 사실상 쌀 수출이라고 볼 수 없는 실적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년간 쌀 시장 개방을 미룬 대가로 국내 쌀 소비량 중 8%에 해당하는 연 40만8700t에 달하는 외국 쌀을 들여와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쌀 관세화를 한 번 더 유예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의무수입물량(MMA)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년 1월 쌀 시장 개방을 앞둔 한국 쌀 산업은 또 한 번 기로에 놓였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러나 회의적이다. 쌀관세화를 통해 높은 관세를 메기면 쌀수입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논리지만 이것이 잘못이라는 거다. 쌀관세율을 높여 쌀수입을 통제하는 방법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이 제어장치에 성공한 나라도 없진 않다. 일본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통해 쌀 관세화를 2001년 3월까지 유예받았지만 이보다 2년 이른 1999년 조기 관세화를 결정했다. 일찍 시장을 열면서 의무수입량은 68만2000t으로 다소 줄어들고 300~400%(㎏당 341엔) 수준에 해당하는 고율 관세를 수입쌀에 부과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MMA 외에 추가 수입량은 연간 500t 미만에 그쳤다.
일본은 쌀 시장 개방과 함께 쌀 수출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최고급 품질로 알려진 고시히카리 등을 앞세워 외국 중상류층을 공략했다. 일본 정부는 ‘와쇼쿠(和食·초밥이나 소바 등 일본 식문화를 대표하는 말)’ 문화를 외국 수출함으로써 외국에서 일본 쌀 소비를 적극 독려했다. 이른바 ‘일식 세계화’다. 동남아 호주 미국 등에 자리 잡은 일본 동포들과 일본 레스토랑을 1차로 겨냥하면서 일본 쌀 수출은 2009년 1312t에서 2013년 3000여t으로 늘었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20년간 쌀 관세화(시장 개방)를 유예했고 올해 말 유예기간이 끝난다. 이에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쌀시장을 개방한다고 발표했지만 농민단체 반발이 만만찮다.
한국에 비해 쌀 수출 전선에 일찍 뛰어든 일본이 이 정도라면 쌀 수출은 정녕 요원한 것일까. 상당수 농업 전문가들은 한국이 지닌 잠재력과 역량을 잘 활용하면 일본보다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떡볶이나 쌀국수, 쌀과자, 쌀막걸리 등 쌀 가공식품을 활성화해 쌀 수출 기반을 넓히면서 외국에서 들여오는 농식품을 대체해야 한다.
한국은 2011년 1억달러 넘는 쌀 가공식품 수출을 기록해 가능성을 보였지만 한류 열기 저조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에는 5550만 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수출의 어려움은 현지입맛을 연구하는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요소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쌀 가격경쟁력을 더 높일 필요도 제기된다. 쌀 80㎏당 생산비는 평균 11만635원(2013년). 서산 간척지 등 일부 대단위 벼농사 지역에는 80㎏당 8만원 수준으로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
재배 규모화ㆍ기계화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수출가격을 낮출 여지가 충분히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새만금 벼농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또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쌀가루로 밀가루 소비를 대체하는 방안도 살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정부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 비축하고 있는 재고미를 활용하면 쌀가루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쌀 점령에 맞서는 더 많은 툴 개발도 필요하다. 나아가 한국 쌀상품이 중국 등 시장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메뉴얼 개발이 필요하다.
한국산 유기농 쌀은 중국인들도 덜리 보고 있고 한류와 결부해 차별된 고품질 쌀을 수출한다면 중국 중상류층 소비자에게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쌀 수출에는 아직 제약이 따른다. 쌀 관세화를 미루는 동안 수출을 꿈꾸지 못했고 중국 쌀 검역 협상에도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을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쌀산업을 변혁시킬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는 시점이라는 경고를 감안하면 쌀산업 보호를 위한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충분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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