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훈 칼럼] 고복격양(鼓腹擊壤)
[길상훈 칼럼] 고복격양(鼓腹擊壤)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09.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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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 배를 두드리며 양 치기 놀이를 하는 것을 가리켜 고복격양(鼓腹擊壤)이라 하는데 이는 곧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상징한다.
요즘의 우리 삶을 견주면 어디 그럴까.
한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1953년 67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가 2013년엔 2만4000 달러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경제규모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하면서 어느새 국제사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세계 어느 국가에 가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풍요속에서 살고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우리가 잘 사는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하지만 겉은 그렇게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고 또 고쳐야 할 것도 많다. 특히 부패문제만은 국제사회의 기준과 추세에 미치지 못한다. 급속한 압축성장 과정에 형성된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이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민간부문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으면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3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5점, 전체 177개 나라 중에서 46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2014년 국가경쟁력은 144개국 중 26위로, 지난해(25위)보다 한 단계 더 떨어졌다.
특히 기업 윤리경영 분야는 95위로 지난해 79위보다 한참 후퇴했다.
이를 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국민의 54.3%는 한국 공무원들이 부패하다고 생각한다. 또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4년 상반기 기업호감지수를 보면 100점 만점에 47.1점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특히 윤리경영 실천 분야에서는 100점 만점에 22.1점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이를 입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정’의 종합판으로 불리우는 그런 대형사고가 터져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그 사고가 몰고 온 충격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그간 쌓인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부패척결추진단을 구성하고 국가 혁신을 위한 범국민 종합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정치권도 노력 중이다. 여당내 혁신위가 만들어 져 잘못한 공기관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민권익위원회가 준비해 온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도 국회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온 국민이 세월호 사고 이후 잘못된 관행과 제도와 결별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걱정이 많다. 잘 될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국회가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렇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요(堯)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민심을 파악하고자 천한 옷을 입고 시내를 돌았을 때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요임금은 거리에서 아이들이 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조금 후에는 한 노인이 무언가를 먹으면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鼓腹),격양놀이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노인은 “해가 뜨면 들에 밭을 갈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네. 샘을 파서 물을 마시고 농사지어 먹고 사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리오.”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치가 잘 되어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요 임금은 흐뭇한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 왔다.이렇게 고복격앙(鼓腹擊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양 치기 놀이를 하는 것'으로 곧  太平聖代(태평성대)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저 잘 먹고 골프 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태평성대일 수는 없다. 진정한 마음의 편안이 함께해야 이 말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진정한 마음의 평안을 위한 노력이 각 계에서 본격화 되고 있다. 비로소 우리나라도 지금 청렴선진국을 향한 출발선상에 서 있다.
하지만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되고 방치되면서 우리 사회 한 켠에 자리 잡은 부패문화를 그대로 방치하고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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