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훈 칼럼] 온라인까지 감시하겠다는 정부를 보니…
[길상훈 칼럼] 온라인까지 감시하겠다는 정부를 보니…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4.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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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개인의 온라인을 들여다 보고 이를 통제한다. 사이버공안정국이 시작되려 한다.
온라인상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엄단’방침을 밝힌 검찰이 실시간 모니터링은 물론 게시물에 대한 직접 삭제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것이 드러나면서 인권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급기야 인터넷 업계도 나서 검찰이 포털과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게시글 삭제를 요구토록 하는 조치는 “법률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당시 검찰회의에서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행방안을 담은 검찰의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 문서 역시 공식 자료와 함께 나눠져 있었다는 점이다.
별도의 이 문서내용은 검찰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책으로 전담수사팀과 네이버·다음 등 주요 4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간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명예훼손 여부를 자체 판단해 직접 포털에 삭제를 요청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검찰의 이같은 방침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온라인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 삭제 여부를 추후 심사해 시정요구와 명령을 내리는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한마디로 방통위의 사이버 단속에 대해 과잉단속 및 공정성 결여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법적 근거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직접 검열 및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다.
검찰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조회 수가 급증하는 것을 ‘이상 징후’로 분류해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인데 검찰의 계획대로라면 온라인상에서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한 게시물은 모두 감시 대상이 된다.
또 명예훼손과 관련이 있는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담긴 글은 모두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된다.
게다가 검찰은 업계에 ‘협조’를 얻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는 검찰의 일방적인 통보 수준이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게시물을 삭제하려면 방통위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검찰의 즉시 삭제 요청과 같은 이런 발상과 추진은 가히 초법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포털을 사용하는 국내외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같은 소위 ‘감시체계’의 강화방침은 정보공유가 일반화되고 의사소통의 방법이 글로벌화 된 지금같은 시대에 나올 수 있을 법한 발상인지부터가 상식의 선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발단은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말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내용이 근거다. 결국 검찰의 이날 대책회의와 강경 대응이 대통령 지적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다.
그 결과 검찰은 대응 방안과 관련,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명예훼손 사범에 대해 약식기소를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구공판(기소)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회의 자료에서 검찰은 사이버 유언비어·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주요 명예훼손·모욕사건 전담수사팀’과 포털사 간에 핫라인을 구축해 유언비어·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실시간 자료를 공유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전담수사팀에서 해당 글 등의 명예훼손이나 모욕 여부 등 법리 판단을 신속히 해서 포털사에 직접 삭제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시간 모니터링 방안으로 ‘유언비어·명예훼손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된 논제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하기로 했다.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조회수가 급증하는 등 이상 징후를 포착’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찰의 이번 시도는 명예훼손 사범이 약식기소에서 정식재판으로 바뀌고 적극 구속수사를 하겠다니 정부가 사실상 인터넷 포털을 통제하에 두고 실시간 사이버 여론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온라인 공안시대’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대통령의 우려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이 잘못됐다.
업계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엄밀하게는 업계동의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인 국민동의를 구하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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