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양 칼럼] 남북문제, 국민적 지혜 모을 때
[금기양 칼럼] 남북문제, 국민적 지혜 모을 때
  • 금기양 부장
  • 승인 2014.11.0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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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전선 인근에서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놓고 일어나고 있는 남남갈등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60~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학교와 공공관서 담벼락, 교실 뒤편 게시판에 붙은 ‘반공방첩, 멸사봉공’ 등 반공을 외치는 구호가 빨간 글씨로 새겨져 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학교와 경찰에선 북에서 내려온 ‘불온삐라’를 보면 즉시 신고하거나 주워 올 것을 교육했다. 또 신고에 대한 포상(연필, 크레용, 상장 등)을 받을 목적으로 삐라를 줍기위해 산으로, 들로,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니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기자라는 직업상 정치에 대한 주마간산격 관심은 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좌측(진보)도 우측(보수)도 아닌 평범한 일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의 남북 간, 남남 간 갈등을 보면서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는 생각이 든다.
남북 간 책임 떠넘기와 대화중단 협박도 그렇고, 북한의 반응에 따라 일관성 없이 그때 그때 달라지는 정부의 대응, 주민 간 이견, 정치 엘리트들의 판이한 분석 등이 국민들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
‘북한이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사회라 해도 40여 년 전 방식으로 전단을 북으로 보낸다고 해서 그 효과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 등이 개인 숙제처럼 머릿 속에 맴돌고 있다.
문제는 정부는 물론 언론과 각종 사회단체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서로 자기의 입맛대로만 예단·주장하고 오히려 사회갈등만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제로섬 게임에는 익숙해져 있는 반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거나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화에는 낮설다.
일제 때부터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고착화된 주입식 교육이 그 폐해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최근에 학교에서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실제는 입시 스펙을 위한 과정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어느 사회든가 갈등 없는 사회란 없다.
특히 개인의견이 존중되는 민주사회에선 갈등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난감한 문제가 발생할수록 갈등조정과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이 더욱 절실하다.
토론을 통한 지혜 모으기가 필요한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상대방을 비판하고 매도하는 일에 매달리는 짓은 개인은 물론 국가적인 손해이다.
이제라도 토론의 장을 마련해 어떤 것이 국가와 사회를 위하는 길인지, 우리 겨레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판단할 줄 아는 명석한 국민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남북문제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진보, 보수 어느 쪽이든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과잉 일반화해 국민을 혼란하게 해선 절대 안된다는 것을. 그들을 뺀 나머지 대다수 국민들은 정확하고 개관적인 정보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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