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뻘짓·삽질 안한 소문난 잔치… 싸이 ‘올나잇스탠드’
[리뷰] 뻘짓·삽질 안한 소문난 잔치… 싸이 ‘올나잇스탠드’
  • 뉴시스
  • 승인 2014.12.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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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받았던 칭찬이 너무 과했어요. 그런데 이후 발매한 ‘젠틀맨’ ‘행오버’는 모두 싱글이었더라고요. 앨범을 위해 이런저런 곡들을 만들면서 ‘낙원’ ‘아버지’ 같은 곡이 나온 것인데 말이죠. 음악을 하다가 뭐에 쫓기듯이 승부를 보려 하고 수를 두려고 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뻘짓, 삽질 안 하고 음악 열심히 할 거예요. 모든 게 다 이 노래 때문입니다.”
절정은 지금의 월드스타 싸이(37)를 만든 이 노래 ‘강남스타일’이었다. 1만 2000명이 다 같이 ‘말춤’을 추자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은 들썩거렸다.
싸이의 콘서트는 소문난 잔치다. 다녀온 관객들의 입소문은 물론이다. 수치로도 입증된다. 19·20·21·24일 펼쳐지는 연말콘서트 ‘올나잇스탠드 2014’는 올해 티켓 판매량이 가장 많은 콘서트로 꼽혔다. 4일 5회 공연 6만 장은 이미 매진됐다.
국내 티켓판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터파크(대표 김양선)가 올해 1월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자사 티켓 예매분을 기준으로 집계했다.
20일 밤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올나잇스탠드 2014’ 2번째 날 공연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을 무색게 했다. 24일까지 티켓 6만이 이미 매진됐다.
이날 무대 상단에는 ‘올나잇’과 ‘스탠드’라는 큼직한 글자가 붙어 있었다. 두 단어 사이에는 선글라스를 낀 싸이의 얼굴이 자리했다. 싸이는 얼굴 하나만으로 공연장을 압도했다.
싸이 콘서트의 특징 중 하나는 관객들과 ‘기 싸움’이다. 이날 역시 여지없이 펼쳐졌다. 플로어 석의 ‘젊은이들’을 비롯해 1·2층 객석의 관객들 환호를 이끌어내는 데 능수능란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로커’꿈인 싸이의 참모습은 콘서트에서 드러난다. 평소 댄스 가수 또는 래퍼로서 인상이 짙은 그이나 라이브에서 밴드 편성으로 히트곡들을 들려줄 때 시너지가 더해진다. ‘라이트 나우’ ‘챔피언’ ‘흔들어주세요’ ‘위 아 더 원’ 등은 강력한 록의 옷을 입고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다.
볼거리 역시 풍부했다. ‘전매특허’인 여자 가수 흉내의 이날 주인공은 ‘포미닛’ 멤버 현아였다. 빨강 원피스를 입고 다리를 훤히 드러낸 그는 현아의 ‘빨개요’를 부르며 대형 립스틱 모형을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배가시킨 ‘젠틀맨’ 무대에서 백댄서들은 레이저쇼 의상을 입고 종횡무진했다.
게스트도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이적이 등장해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열창했다. 전날에는 아이유, 21일에는 ‘god’, 24일에는 이승기와 현아가 나온다.
자신과 절친했던 마왕 신해철(1968~2014)을 추모하기도 했다. 가수 조용필(64)의 ‘친구여’를 부르며 신해철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짠했다. 그는 “만나면 언제가 헤어지고 예기치 않은 이별이 있으면 남아 있는 사람이 감당이되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올해 역시 개인적으로 마음 아픈 이별을 했다. 박재상이 음악으로 떠나간 친구에게 한 곡을 불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7시 45분터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된 본 공연 이후 뒤풀이가 시작됐다. 유승준의 ‘가위’,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 김건모 ‘잘못된 만남’ 등을 DJ가 믹싱한 댄스 메들리를 시작으로 화끈한 난장이 펼쳐졌다. 체조경기장 바깥 날씨인 영하 5도가 무색했다.
이번 무대는 싸이가 지난 2003년부터 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열어온 브랜드 공연으로 이미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장기간 이 브랜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싸이는 막판에 말했다. “2003년 27세 되던 해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사랑을 받은 분들의 공통점은 콘서트를 잘했다는 것이었어요. 이후 콘서트를 파야겠다고 생각했죠. 신곡은 콘서트 레퍼토리 보강 차원이고 그 이상 될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강남스타일’ 이후 주객이 전도됐다고 했다. “신곡이 없으면 죄인처럼 됐죠. 세 시간 공연에 신곡이 없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집니까.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커다란 칭찬과 환호 뒤에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기간이 2년 걸렸습니다. 이제 제 하던 일이라도 잘하자는 생각이에요”
한 곡 가지고 승부 보지 않고 앨범 단위로 ‘아버지’ 같은, ‘낙원’ 같은, ‘챔피언’ 같은 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기회가 돼서 ‘강남스타일’처럼 다른 나라 분들도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좋죠. ‘대학 축제’도 가보고 싶은데 몇 년을 주제넘게 살았어요. 오늘처럼 음악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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