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6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6
디아나로 이름을 바꾼 아르테미스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3.04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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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화가 코레지오가 프레스코 벽화에 그린 디아나(1519년)
아르테미스 여신은 이탈리아로 건너가면서 디아나 여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펜니노 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알바 구릉지대는 화산 폭발로 두 개의 분화구가 생겼고 거기에 두 개의 호수가 형성되었다.
이 호수 가운데 하나가 네미 호수이며 호수의 숲에 사는 여주인이 디아나로 이름을 바꾼 아르테미스 여신이다.
디아나 여신은 그리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냥을 하고 남녀에게 자손을 내려주며, 임신한 여인에게 순산의 축복을 주는 여신이다.
그녀가 풍요와 다산과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여신이라면, 그리스에서 악타이온을 벌준 것처럼 화살통을 메고 사냥에만 전념하며 살아온 여신은 아니다.
로마인들은 아프로디테의 시샘으로 어머니 파이드라의 사랑을 거부하다 모함에 걸려 할아버지 포세이돈이 보낸 말에 짓밟혀 죽은 히폴리투스를 살려내고 이탈리아로 데려와 네미 호수의 숲에서 디아나와 같이 살게 했다.
이탈리아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디아나는 의사인 아이스쿨라피오스(Aesc ulapios)를 설득하여 의사로부터 얻은 약초로 히폴리투스를 살려냈다.
주피터는 아름다운 인간이 되살아나는 모습에 분노하여 그를 살려낸 의사를 죽음으로 밀어 넣었으나 히폴리투스는 다행히 디아나의 기지로 변장을 하고 멀리 떨어진 네미 호수에 숨을 수 있었다.
디아나는 그를 맑은 물의 요정 에게리아에게 맡겨 비르비우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도록 했다.
아르테미스에게 히폴리투스가 필요했듯이 디아나 여신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로마인들은 디아나에게 생산력을 부여하기 위해 젊은 배우자를 찾아냈으며, 그 연인이 비르비우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히폴리투스였던 것이다.
신화에 등장하는 히폴리투스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의 아들이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은 전처 소생의 딸 파이드라(페드라)를 아테네의 영웅인 테세우스에게 시집보내는데, 파이드라는 의붓아들 히폴리투스를 사랑하게 되는 운명에 빠진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여신만을 사랑했던 히폴리투스는 다른 여인들에겐 눈길 조차 주지 않았고, 파이드라는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히폴리투스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왕에게 거짓고백하며 자살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은 히폴리투스는 밖으로 나가 전차를 몰고 나가다가 바닷속에서 나타난 괴물 때문에 말이 놀라는 바람에 떨어져 죽는 운명을 맞는다. 바다 속의 괴물은 포세이돈이 보낸 것이었다.
히폴리투스는 아르테미스와의 짧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거부한 것이다.
화가 난 아프로디테는 복수의 제물로 파이드라를 보낸 것이다.
그는 사랑의 여신조차 거부하고 그로 인하여 저주를 받아 말에 의해 밟혀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자연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로마인들은 아도니스와 비너스를 맺어주었듯이 히폴리투스를 살려내어 디아나 여신과 사랑을 이어주는 신화로 발전시켰다.
반면, 그리스인들은 아르테미스 처녀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목욕하는 장면까지 엿본 것에 분노하는 여신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청춘의 절정기에 있는 악타이온의 피를 바쳤다.
인간의 이 같은 양면적인 행동들은 신을 대하는 윤리도덕을 세우고 풍요로운 자연을 지켜가려 했던 의도였을 것이다.
파이드라는 유리피데스의 연극, 낭만주의 라신느의 연극, 그리고 영화 페드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그리스 해운업계의 실력자로 부상한 야망의 사나이 타노스에게 그리스 선박왕은 자신의 딸 페드라를 시집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타노스는 이혼남이었고, 전처소생인 아들 알렉시스가 있었다.
24살의 이 젊은이는 결국 새 어머니 페드라와 열병 같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과 증오와 복수의 신화는 이처럼 시대를 유전하며 문학과 문화 속에서 윤색되고 각색되는 것이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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