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훈 칼럼] 입춘대길
[길상훈 칼럼] 입춘대길
  • 길상훈 부국장 공주 주재
  • 승인 2015.02.0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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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때마다 한 해를 시작하고 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즐겨 사용하는게 사자성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한자문화에 젖어있고 또 그 문화에 익숙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뉴스를 보면 뉴스 보도와 함께 TV자막에는 짤막한 주제가 등장한다. 그 뉴스를 한 줄로 압축한 것이다. 그걸 자세히 보면 도무지 우리말도 또 한글도 찾아볼 수 없다. 모양은 한글이지만 그 뜻은 모두 한자어다. 압축된 용어가 없고 이를 설명할 우리말이 없다. 한국은 한글을 사용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만큼 압축된 한자를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거나 한 해가 마무리되고 또 시작되는 시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연말연시 그리고 계절을 들어서며 희망의 아이콘처럼 등장하는 사자성어가 함축하는 말은 ‘희망’ 그 자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단 한 해도 신년의 기대와 희망을 피력하지 않은 적이 없고, 단 한 해도 실망하지 않은 적이 없었음을 알게 된다.
특히 2007년의 경우는 두 사자성어가 서로 잘 대응하고 있다. 연초에 반구저기(反求諸己, 잘못을 자기에서 찾는다)라고 했는데, 연말에는 자기기인(自欺欺人, 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이라고 했으니 한 해에 대한 정리와 평가에 일관성이 있어 보인다. 2012년의 경우도 연초에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내기를 기대했다가 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탁하다고 한탄하는 것으로 끝났다.
2013년 초에는 제구포신(除舊布新,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 것을 펼쳐낸다)을 선정했으나 연말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로 끝났다. 2014년에도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의미의 전미개오(轉迷開悟)를 기대했지만 연말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뽑혔다. 그런 올해, 2015년 희망의 사자성어는 정본청원(正本淸源), 한서(漢書) 형법지에서 유래한 말로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연초가 되면 대통령을 비롯한 삼부요인과 장관 지자체장 등 고위 공직자는 물론 각 기업의 CEO들이 경쟁적으로 사자성어를 발표해 왔다.
그런데 매년 비슷한 말들이 돌고 돈다. 올해에도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힐 정도로 전심전력을 다 하자는 중석몰촉(中石沒鏃),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는 불퇴전의 각오를 다짐하는 파부침주(破釜沈舟)가 등장했다. 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바꿔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유수불부(流水不腐), 우직한 노력을 강조한 우공이산(愚公移山), 날마다 새로워지자는 시내일신(時乃日新)도 눈에 띄었다.
초윤장산(礎潤張傘), 주춧돌이 촉촉이 젖어 있으면 큰 비가 올 것에 대비해 우산을 갖춰야 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잘 보지 못한 문자인데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엄밀하게 따지면 장산(張傘)은 우산을 편다는 말이지만 평상시 위험에 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처럼 우산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비가 오기 전에 창문을 고친다는 미우주무(未雨綢繆)도 비슷한 말이다. 그런가 하면 TV드라마 ‘미생’의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에는 완생동행(完生同行)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원래 바둑에서 곤마(困馬)는 동행하라고 했으니 완생을 지향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입춘대길도 마찬가지다. 입춘은 봄이 온다는 소리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의 경우 혹독한 겨울이 가면 찾아오는 봄은 말 그대로 만물이 다시 생명을 시작하는 가장 왕성한 계절이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이런 생기에 담아 소망으로 만든 말이 입춘대길이다.
어려움이 산적한 사회에서의 궁핍한 삶은 혹독한 겨울로 인식되는 만큼 이제 그 어려움이 좋은 일로 바뀌기를 희망하는 메시지가 입춘대길이라 여겨진다. 각 가정마다 올해를 소망하는 꿈의 열정이 현실로 되어 연말을 맞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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