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복의 孝칼럼] 청소부 아저씨 밥줄 끊을 일 있어요
[최기복의 孝칼럼] 청소부 아저씨 밥줄 끊을 일 있어요
  • 최기복 대전하나평생교육원장·성산 효대학원 교수
  • 승인 2015.02.12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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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입구에 조그마한 간이 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몇 가지 체육기구와 어린이용 미끄럼틀이 있고 시에서 운영하는 급수대도 있다. 3~4개의 벤치와 제법 큰 정자가 있다. 공원이 갖춰야 할 구색은 갖춰진 셈이다.
그러나 한낮에 이용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 가끔씩 체육기구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하교하는 시간 이후에 공원은 성시를 이룬다.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남녀 학생들이 섞여 있다. 벤치에 앉아서 담배를 태우는 것은 당연한 짓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떼거리 지어 있는 모습도 험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캔맥주가 들려져 있고 스쳐가며 들은 그들의 사용언어는 조폭집단의 그런 것들이거나 잘 알아 듣지 못하는 그들만의 은어다.
필자는 출퇴근 시에 공원을 가로 질러야 한다. 거치지 않아도 되지만 조금 가깝다는 이유로 해서 선택했다.
그들의 언어를 흘려 듣기도 하고 술과 담배를 마시고 태우는 것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은 항상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 담배가 해롭다고 충고를 해 보다가 그들의 저항이 예사롭지 않아 포기한 일이 있다. 나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당당하게 올바른 어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효를 가르치고 행하는 교수다. 이제는 손자뻘 되는 아이들에게 얻어 맞는 일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들의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을 제어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학교 학생이지? 그걸 알아서 뭐 하려고요?
담배는 몸에 해롭다는거 알아? 아저씨가 담배 사줬어요?
호흡이 가빠지고 내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 나오려고 했다. 어금니를 깨물면서 온화한 표정을 짓고 다시 말했다.
우리 집이 바로 저기야.
나는 공원 입구의 내 집을 가리켰다.
여러분이 하고 있는 짓들이 학생 신분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해?
여학생 하나가 비실비실 가방을 메고 나간다. 남은 학생들도 자리를 피한다. 나는 떠나는 학생 하나를 잡았다.
너희가 버린 빈 담배갑, 담배꽁초, 빈 과자봉지 다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고 가야지.
나를 힐끗 쳐다본 그 녀석이 나에게 뱉은 말 “아저씨, 청소부 아저씨 밥줄 끊을 일 있어요?”
그 녀석은 나의 손 끝을 뿌리치고 휭 하고 내닫는다.
나는 그 일 이후로는 공원을 가로질러 출퇴근하는 일을 멈춰 버렸고 지금은 이사를 했다.
동네 슈퍼에서 담배 달라는 중학생에게 담배를 못 팔겠다고 했다가 무차별 구타를 당했던 70객 노인 생각이 났다.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힐책하는 노인을 25미터 뒤쫓아 가서 길가의 보로크 벽돌로 살인한 24살의 직장 남자를 생각해 봤다.
내가 하는 짓이 잘난 체 하는 것일까?
오지랖 떨지 말고 너나 잘해. 내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다.
그건 아니다. 모든 기성 성인들이 수수방관해도 나는 그럴 수는 없다.
에드몬드 버크의 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惡)은 선(善)의 방관으로부터 나온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니까 패륜이 속출하고 패악이 발을 붙인다.
청소부 아저씨 밥줄 끊을 일 있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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