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7
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7
악타이온과 문학적 알레고리 아테나 여신의 목욕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3.05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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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의 여신 아테나. 기원전 480년경의 작품.
악타이온은 파멸을 초래하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 몰인정한 감정과 같이 인간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주제이다.
기원전 3세기의 인물인 칼리마쿠스가 쓴 ‘아테나 여신의 목욕’역시 악타이온의 변형 신화에 해당한다.
그는 작품 속에서 아테나 여신의 목욕 장면을 본 님프의 아들 테레시아스를 장님으로 만들고, 이를 측은하게 여긴 여신의 배려로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부여해주었다.
칼리마쿠스는 기원전 280년경 혹은 45년경 리비아에서 태어나 그리스로 건너와서 교육을 받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서 지금의 도서관장 격인 직책을 맡아 전 세계의 문학작품을 읽고 800여 편에 이르는 산문, 시를 썼으나 그다지 잘 알려지지는 않은 인물이다.

아테나 여인들이여, 여신의 목욕을 준비하라.
오라, 오라!
나는 아테나 여신의 신성한 말이 노래하는 소릴 들었네.
여신이 미끄러지듯 출발하려 하네, 서둘러라.
아름다운 머릿결의 아테네 여인들이여! 서둘러라.
아테나 여신은 자신이 타는 말 옆구리의 먼지를 털기 전엔, 그리고 갑옷이 먼지로 뒤덮이고,
무법의 거인과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기 전엔 목욕을 한 일이 없다네…
이리 와요, 아테나 여신이여. 여신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한 것이에요.
그 옛날 테베에 아테나 여신이 사랑하는 님프들이 있었네.
누구보다도 테레시아스의 어머니, 그 이름 카리클로, 그녀를 더 예뻐했네.
그녀들은 항상 함께 있었고. 아테나가 말을 몰아 테스피아이로,
플라타이아로, 할리아르토스로 갈 때 보에티아(아테네 북쪽 도시)나 코로네이아의 평원을 거쳐갔네.
그 곳에는 숲이 우거지고 향이 피워지며 여신의 제전이 있고 쿠리알로스 강으로 연결된 길이었네.
전차에 여신과 님프가 타고 카리클로가 없는 곳엔 축제도 춤도 벌어지지 않았네.

그러나 카리클로의 눈물이 아테나의 마음을 움직였네.
어느 날 옷을 맨 버클을 풀고 헬리콘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목욕을 했네.
정오의 언덕, 죽음의 적막과 침묵의 열기가 드리워진 그곳에서 아테나 여신과 목욕을 했네.
정오의 언덕, 가파른 그 곳에서 테레시아스가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 중이었네.
두려운 언덕을 배회했네. 그는 수염이 난 젊은이였고 그의 갈증이 샘물이 있는 곳으로 인도했네.
그리고 그는 금지된 영역을 마주치게 되었네.
목욕하던 아테나 여신이 화를 참으며 부드럽게 말했네.
“그대는 어느 신… 혹시 에베레스의 아들인가?”
“그대는 그 보답으로 험한 길을 눈 없이 내려가게 되리라”
아테나의 말이 끝나며 소년의 눈엔 어둠이 내렸네.

악타이온의 변형신화는 고전기를 지나 르네상스에 이르게되면서 디아나 혹은 아르테미스 여신이 표현의 중심에서 비켜나게 되고, 그 대신에 작품의 주인공들이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메시지로 악타이온 혹은 아르테미스(디아나) 여신을 간접적, 비유적으로 등장시키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 방식은 궁정과 상류층의 엿보기와 자유분방한 연애를 자연스럽게 은폐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를 즐기는 에로티카(erotica)의 한 형태가 되었다.
다시 말해서 엿보기 장면을 희화적으로 표현하는 희곡이나 그림, 풍자적 소설 속에서 악티이온의 알레고리가 정당화됨으로써 상류층의 관음증을 자연스럽게 덮어버리거나 또 즐기는 대상이 된 것이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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