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과태료로 세금 벌충하려는 정부
[김강중 칼럼] 과태료로 세금 벌충하려는 정부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5.05.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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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소유한 이들이 봉(鳳)인가.’
요즘 과도한 자동차 과태료 및 범칙금 인상으로 볼멘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10월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자동차 등록제도가 시행된 1945년에는 7000여 대에 불과했다. 그랬던 자동차 보급이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이르자 2700배가 증가했다.
자동차 대당 인구수는 1946년의 2127명에서 지난해 기준 2.5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자동차가 늘면서 지난 1991년 사망자 수가 1만3429명에 달해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그러다가 지난 1998년 9057명로 감소한 뒤 지난해는 4800여 명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저감 요인은 음주운전 법정형 강화, 도로의 단속 카메라, 정부의 안전운전 캠페인과 시민들 의식이 성숙된 결과다.
또 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 스마트폰 동영상도 교통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예전보다 차 성능이 좋아졌고 교통 안전시설도 크게 개선된 게 사실이다. 그 결과 자동차는 늘었으나 교통사고는 줄고 있어 다행스럽다.
이런 가운데 대전의 동서 간선도로인 한밭대로(동부4가~덕명4가) 속도제한이 시속 70㎞에서 60㎞로 하향 조정됐다.
대전경찰청은 이달부터 7월까지 운용하고 이를 분석해 9월부터 단속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대전경찰청은 당초 한밭대로, 대학로 등 3개 도로에서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전시의 다소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수용해 한밭대로만 시행키로 했다고 한다.
이유는 한밭대로에서 지난 3년간 15건 사고에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란다.
물론 시민들 안전을 위해 속도제한을 내린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울산경찰청의 예를 보자. 울산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남구 문수로의 제한속도를 70km에서 60km로 낮췄다. 시행 전후 3개월을 비교한 결과 교통사고와 부상자 수가 줄었다.
대전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예상된다. 안전을 말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시민들 시선은 곱지가 않다.
대전에서 중심축인 한밭대로는 대부분 편도 4차선, 5차선이다. 뻥 뚫린 최적의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60㎞ 이하로 주행하기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계도기간을 거쳤다해도 연계 도로에서 70㎞를 달리다 한밭대로에서 60㎞로 달리기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이 없이 무심코 달리면 과속의 과태료 부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교통안전의 인식과 차량 성능, 도로 개선 등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도로 제한속도는 실제 내도 되는 평균속도에 못 미치게 규정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의 교통정책에 공감 못하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오해일까. 정부가 막대한 재정부족을 메울 요량으로 과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2015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이런 사실은 쉽게 이해된다. 예산안은 과속·신호위반 등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로 8000억여 원을 거둬들이겠다는 목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박남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2015년도 세입예산안 분석 결과를 보면 극명하다. 교통범칙금·과태료 세입 예산은 모두 8134억 원이 편성됐다. 전년 7940억 원 보다 2.4%인 194억 원을 늘려 잡았다.
지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세수부족 발언 이후 ‘세수를 메꾸려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란 비난 속에 지난해 6156억 원이 징수됐다.
올해는 1979억 원이 늘어난 8134억 원으로 늘렸다한다. 지나친 목표가 아닐 수 없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경찰의 과잉단속은 불가피할 것이다.
때맞춰 지난 4월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이 적용되면서 과태료 및 범칙금이 크게 인상됐다.
개정된 범칙금을 보면 승합차를 제외한 승용차와 이륜, 자전거의 보호구역 위반 시 범칙금이 2배로 올랐다. 스쿨존 등 보호구역 위반 시는 종전의 2배 금액이 부가된다.
불황의 탓인지 2011~2013년간 거둬들인 범칙금·과태료는 연 평균 5872억 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는 9979억 원 목표에서 61.7%인 6156억 원을 거둬 들였다.
한 때 참여정부 시절(2007년) 교통범칙금·과태료의 세입예산 대비 징수율은 92.5%를 기록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78.4%로 떨어진 뒤 계속 하락해 지난 2012년 60.9%에 그쳤다. 이는 경찰의 범칙금·과태료 세입예산 뻥튀기 관행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국민 안전 이유로 과속 및 법칙금의 부과로 세수결손을 만회하려는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불편한 기색이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장성요양원 화재,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기 추락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을 잃었다.
이 뿐인가 윤 일병, 임 병장 사건, 증평 공수단 포로체험 훈련사고, 예비군 사격장 총기난사, 싱크홀 등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대형사고 안전은 뒷전인 채 교통단속 강화를 말하면 국민들은 거북스럽다는 입장이다.
매번 주유할 때마다 60%가 세금이란 것을 떠올리면 차 가진 사람은 ‘봉’이라는 생각이다. 그것도 모자라 깜빡 잊고 속도를 내다보면 과속 과태료 물기가 십상이다.
1000만 대 자동차가 한 해, 단 한 번의 과속이나 주·정차를 위반하면 과태료는 4000억 원이다. 계도는 없고 단속만이 능사인가. 이것이 수요자 중심의 행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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