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기자의 이슈 진단] 이춘희 세종號, 갈등 조장하는 ‘기자실’ 팻말을 떼라 (上)
[서중권 기자의 이슈 진단] 이춘희 세종號, 갈등 조장하는 ‘기자실’ 팻말을 떼라 (上)
  • 서중권 기자
  • 승인 2015.06.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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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권위의 상징인 ‘기자실’은 보도에 대한 정부의 억압 등에 대해 기자들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 본래 취지다.
기자실의 순기능을 손꼽는다면 국민의 알권리 신장이다. 반면 역기능이나 폐해는 폐쇄와 배타, 독점 등이다.
기자실은 기자들의 편리나 정보공유 보다 출입처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공간이다.
따라서 원로기자들은 “기자실은 주류 기자들을 일정한 장소를 제공하고 보도방향이나 논조를 쉽게 통제하고 회유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역기능을 지적한다.
통신과 SNS 등의 발달로  언론매체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자실’ 출입을 놓고 기자 들 간 ‘이전투구’ 등 싸움을 벌이다 결국 개혁의 분기점을 맞게 됐다.
사실 기자실의 폐해는 보도를 통해 수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충남의 한 지자체의 경우 ‘기자실’ 독점운영에 분노한 한 기자가 기자실 출입문에 대못을 박은 사건은 폐단의 전형으로 떠올려진다.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관련해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브리핑 도중 기자실 간사가 취재 중인 ‘오마이뉴스’기자를 내쫓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자실’개혁의 불씨가 당겨졌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나가라’는 말만 듣고 쫓겨났다.”며 참담함을 토로했었다.
2003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자실’은 존폐기로에서 폐쇄운동에 이르기 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폐쇄’의 운명을 맞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기자실 개혁’은 ‘브리핑룸’으로 명칭을 바꾸는 계기가 됐고, 세종시(당시 연기군)역시 기자실은 ‘브리핑룸’으로 변경됐다.
세종시는 지난 1일 첫 마을 새청사에 둥지를 틀었다.
이춘희 시장은 시장 취임 이후 기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주 1회 정례브리핑 시간을 갖은 것이 벌써 47회를 넘기는 등 언론과의 긴밀한 유대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러나 시는 새청사를 마련하며 ‘브리핑룸’외에 ‘기자실’을 부활시켜 출입 기자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기자실’은 특정 기자들을 위해 제공해준 것으로 드러나자 출입기자들은 “이 시장이 평소와 달리 속 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기자실에 들러 기사작성을 하려던 A 기자는 기자단의 B기자에게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니 들어오지 말라”는 제제를 받았다.
또 20여분 후 C 기자가 다가와 “시 명단이 있는 기자들만 사용할 수 있으니 나가달라”는 말에 서로 옥신각신 다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자실 공간과 관련해 D 기자는 “당초 시는 브리핑실 한 공간만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입주 전 갑자기 기자실 공간을 마련한 것 같다. 특정 기자들과 은밀한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춘희 시장은 20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평소 좁은 공간에서 수고하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고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 공간의 운영에 대해서는 기자들 내부 결정에 달려 있고, 시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시장의 해명에 대해 많은 출입기자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넘어 갈지는 미지수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세종시의 황무지에 ‘행정중심의 신도시’의 꿈을 선포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을 폐쇄하고 언론개혁의 불을 당겼다. 결실은 ‘브리핑룸’이다.
10여년 후 고인의 ‘꿈’위에 세워진 세종시 청사에 ‘기자실’이 부활됐고, 이 공간에서 인천국제공항기자실에서 벌어졌던, 기자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사태가 재현됐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여기는 아무나 들어오는 곳이 아니니 나가라”는 말에 쫓겨난 ‘오마이뉴스’와 세종시기자실에서 박대를 당한 A 기자의 상황은 궤를 같이한다.
알량한 기득권을 지키려는 우리 언론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바라건대 두 기자의 상처는 이제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는 상처받은 A 기자는 물론 공분하고 있는 기자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있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변명과 꼼수로는 화를 더 키울 뿐이다.
이춘희 세종호(號), 갈등과 대립의 단초가 되고있는 ‘기자실’ 팻말을 내리고 출입기자들에게 공정한 취재 분위기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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